기사 작성일 : 2014년 10월 20일 월요일 오후 1시 29분

유광종의 한자 담론(31) 목적(目的)

 

<활을 잘 쏴서 공작의 눈알을 맞혔다는 당 고조 이연의 모습. 그로부터 ‘목적’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면 과언일까>

 

이 단어 모르는 사람도 별로 없다. 활이나 총을 쏠 때의 과녁, 나아가 제 스스로의 지향이 종국에 닿아야 할 곳이라는 뜻이다. 과녁이라는 단어가 순우리말일 수도 있지만, 목표로 정한 가죽(革)을 뚫는다(貫)의 뜻으로 생긴 貫革(관혁)이라는 한자어에서 비롯했다고 보인다.

활이나 총 등 살상을 위한 무기를 겨냥할 때 가장 중요한 곳이 눈일까, 그래서 그를 가리키는 눈, 즉 한자 目(목)이 등장한 것일까.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추정이 가능한 스토리도 전해진다. 양견(楊堅)이 북주(北周)를 무너뜨리고 수(隋)나라를 세울 580년 무렵이었다고 한다.

양견에 쫓겨난 북주의 대신 두의(竇毅)라는 이가 있었다. 딸을 두고 있었는데 용모나 재주가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사내를 능가하는 용맹함도 지녔다고 한다. ‘누구에게 시집을 보낼까’라는 궁리를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모양이다. 공작(孔雀)을 그린 병풍을 두고 먼 거리에서 공작의 두 눈을 화살로 쏘아 맞히는 사람에게 딸을 준다는 소문을 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들이 집에 찾아왔던 모양이다. 그러나 먼 거리에서 화살로 공작 눈알 맞추기가 그리 쉽던가. 결국 다 실패하고 돌아갔는데, 한 사람이 정확하게 공작의 눈을 맞췄단다. 그 이름이 이연(李淵),나중 당나라를 세운 당나라 고조(高祖)였다. 그렇게 얻은 두씨(竇氏) 부인은 당나라 최고 전성기를 이끈 이세민(李世民)의 생모다.

그런 맥락에서 과녁의 뜻으로 등장한 글자가 目(목)이다. 그 다음에 的(적)을 붙이면 目的(목적)이라는 단어를 이룬다. 的(적)은 과녁의 중심이다. 전체 과녁을 일컬었던 글자는 侯(후)다. 이 글자 안에 화살을 가리키는 矢(시)가 들어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侯(후)는 일반적으로 제후(諸侯)를 가리킬 때 등장하는 글자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붙이기로 하고, 아무튼 이 글자는 과녁 전체를 가리켰다.

과녁의 핵심을 일컫는 한자어는 또 있다. 正鵠(정곡)이다. 여러 해설이 있어 정확하게 특정하기가 조금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베 등 직물(織物)에다 그린 과녁의 핵심을 正(정), 가죽에다 그린 과녁의 가운데를 鵠(곡)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正鵠(정곡)이라고 하면 과녁의 가장 중간, 핵심의 목표다.

활을 잡은 사수(射手)의 역할은 제가 겨냥하는 과녁에 화살을 꽂는 일이다. 정확하게 과녁의 중심을 겨냥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정곡을 맞히기가 쉽지는 않다. 그나마 과녁에 꽂으면 괜찮다. 늘亂射(난사)가 문제다. 이리저리 목적 없이 날리는 화살 말이다.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올해 그 감사장에서 우리 국회의 ‘사수’들이 과녁을 제대로 겨냥하고 날리는 화살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실력이 딸려 그럴 수도 있고, 마음은 늘 젯밥에만 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그러니 난사하는 화살만 요란하다.

또 그렇게 국정감사가 지나간다. 덧없이 흐르는 세월을 光陰似箭(광음사전)이라고 적는다. ‘시간(光陰)이 쏜살(箭) 같다(似)’는 엮음이다. 목적을 제대로 겨누지 못하고 난사하는 국회의 화살이 또 그 세월처럼 그냥 흐른다. 과녁을 마구 비껴간 화살이 애꿎은 사람 축내는 일만 없어도 다행일까.

 

<한자 풀이>

貫 (꿸 관, 당길 만): 꿰다. 뚫다. 이루다. 달성하다. 섬기다. 통과하다. 익숙하다. 문서. 돈꿰미. 당기다(만).

鵠 (고니 곡, 과녁 곡, 클 호, 학 학): 고니, 백조. 따오기. 과녁. 정곡. 흰빛. 희다. 크다(호). 넓다(호).학(학).

 

<중국어&성어>

有的放矢 yǒu dì fàng shǐ: 목적(的)을 두고(有) 화살(矢)을 쏘다(放). 분명한 목표를 두고 일을 벌이는 행위.

无(無)的放矢 wú dì fàng shǐ: 위와 반대의 경우다. 목표를 겨냥치 않고 마구 쏘아대는 일. 애꿎은 사람 많이 다치게 하는 일, 따라서 안 좋은 뜻의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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