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5년 9월 22일 화요일 오후 3시 34분

[해외 고영철 칼럼] 부정부패를 졸업한 일본경제와 국민정서     

고영철
日탁쇼쿠(拓殖)대학교 연구교수
 
일본을 포함한 선진 7개국은 공직자 청렴성이 뿌리깊게 정착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반면에 후진국일수록 부정부패가 나라산림을 좀먹고, 가난의 악순환이 반복 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도 만성적인 뇌물수수와 빈부격차가 후진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가난한 집안 곳간에 쥐들이 득실거리며,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격이 된다.
우리도 과거 대통령 두 분이 거액비리로 징역살이를 했다. 그러나 우리의 역대 총리들은 청렴한 공직자의 상징으로, 국제사회에 자랑할만한 재상들이 많았다. 우리가 감행했던 대대적인 사정과 공직자 정화는 중국이 배우고 벤치마킹 했으며, 우리는 선진국이 된 것처럼 긍지를 느꼈다. 그러나, 최근의 성완종 뇌물사건은 우리가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후진국으로 실격 된 것이나 다름 없다.
일본도 76년, 다나까 가쿠에이(田中角榮)총리가 록히드사에서(주·록히드사건: 일본의 고위 관리들이 미국의 군수업체 록히드(Lockheed)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건) 5억엔을 수수하여, 징역 4년형을 선고 받고, 작고할 때까지 17년간이나 재판정에 서야 했다. 1992년 가네마루 신(金丸信) 부총리도 사가와규빈에서 5억엔을 받아, 임종때까지 4년간 재판을 받았다. 특히 88년 리쿠르트사는 미공개 주식을 정관계에 뿌려, 전후 최대의 비리사건으로 기록된바 있다. 그 후, 24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정관계는 말끔한 화장실과 깨끗한 거리만큼이나 정화되었다. 부유층들도 오히려, 서민적으로 살아 가는 풍조가 정착되어 있다.
한번 권좌에 앉으면, 팔자 고치던 시대를 이미 졸업했다. 위정자나 고위공직자가 고급차, 고급주택에서 사치생활을 하면, 국민여론이 가만두지 않는다. 부유층들은 서민들에게 항시, 미안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무라야마(村山) 총리가 고향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장 보러 다니며, 현역의원이 비닐우산 들고 전철로 출퇴근하는 것은 진풍경이 아니다.
가정주부라면 누구나 자전거로 시장 보는 것이 당연하다. 큰애는 태우고 갓난애는 등에 업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자가용보다 자전거가 더 편리한 이유도 있겠지만, 주부들의 알뜰한 경제감각과 절약측면이 더 강하다. 경단련(經団連,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회장도 전철로 출퇴근하며, 평범한 일반서민생활과 다름 없다. 필자의 소속대학 와타나베 토시오(渡辺利夫) 총장도 도쿄에서 한 시간 반 거리의 지방분교까지20년동안 전철로 왕복해오고 있다.
한국에서 자전거 전철을 가난의 상징으로만 생각했던 필자가 일본에 와서 크게 생각을 바꾼 점은, 자전거 전철이 여유와 건강의 상징이며, 선진국을 대표하는 대중교통수단 이라는 점이다. 부자나라의 가정살림을 더욱 부유하게 해주는 교통수단이 아닐 수 없다. 후진국일수록 빈부격차가 심하고 부정부패가 자동차홍수 매연만큼이나 오염되고 확산되어 간다.
도쿄근교에 여의도 면적의 산림을 선조대대로 관리해오는 이시다 미츠마사(石田光正) 씨는 83세임에도, 직접 산림관리 작업에 땀을 흘린다. 지역 일한친선협회장으로 덕망 있는 유지임에도 산지기 일꾼과 다름없다. 또한, 40년간 밀양로터리와 자매결연을 유지하며, 로터리클럽(東京秋川)을 이끌어 온 하시모토 겐지(橋本健司) 씨는 부동산, 슈퍼, 오락업체를 지닌, 지방재벌인데도 팔순 나이에 농사일로 땀을 흘린다.
우리의 보릿고개시절, 서민음식이던, 라면 국수 메밀소바, 분식이 일본인들에게는 국민식품이다. 사회주의 풍조가 강한 일본에서는, 가진 자가 항상 없는 자에게 미안해하고 돈 자랑 하는 풍조를 찾아 볼 수 없다. 부유층, 서민층 모두가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 복창했던 「근면」, 「성실」,「검약」 이 교훈처럼 몸에 베어있다. 알뜰한 국민정서가 뿌리깊게 남아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이러한 국민정서가 부정부패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큰 요인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후진국형 부정부패를 빨리 졸업해야 한다. 국민혈세가 누수되는 구멍을 막지 못하면, 나라살림이 봇물 터지듯이 붕괴될 위험성이 있다. 친한파 지식인이 한 말이 필자 귀에 쟁쟁하다.“한국은 지금까지 힘차게 상승 해왔다. 이제 선진국 궤도로 올라 서느냐? 아래로 떨어지느냐? 휘청이는 철봉을 양팔로 붙잡고, 힘겨운 턱걸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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