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6년 6월 17일 금요일 오전 9시 56분
사회 | 기사작성 kjh69

‘요지경’ 지자체 공무원 비리 – 묫자리 청탁, 채용 비리, 인사기록 조작 등

 

“윤리성 부족이 근본 원인…교육강화하고 일벌백계해야”

 

[시사리포트=이준우 기자]  묫자리 청탁하고 여행경비 뜯어내고, 채용 대가 돈 받고, 인사기록 조작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겨냥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 유형의 일부다. ‘비리 요지경’이라고 불릴만하다.

국민 혈세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비리 유형과 수법도 다양하고 교묘하다. 이들에게 ‘청백리’는 남의 이야기나 다름없다.

비리 공무원을 일벌백계하고 ‘비리 커넥션’을 끊고 부정 부패를 막기 위해 공무원에 대한 윤리교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 성남시청 압수수색

 

◇ 업무 관련자 협박 여행경비 뜯고…골프채 받고

충북지방경찰청이 지난달 18일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한 P씨 등 청주시 공무원 2명은 자신들이 해외투자 유치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지난 4월 15∼17일 휴가를 내고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광저우(廣州)를 여행하면서 G협회 관계자를 협박했다. 여행비 조로 1인당 140만원씩 모두 280만원을 받아 호주머니를 채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의 비리가 시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다는 점이다. 비리를 저지른 이들은 최근 해임됐다.

청주시는 이들에게 수뢰액의 3배에 해당하는 394만원의 징계부과금을 각각 부과하기도 했다.

이상한 점은 이들에게 뇌물을 준 협회의 사업실적이 2014년까지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협회는 지난해 3억3천만원을, 올해 2억8천500만원을 각각 받아 중소기업 수출컨설팅 등을 벌이고 있다. 경찰이 주목하는 이유다.

영어교육도시 공동주택 사업승인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고 시행사로부터 골프채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제주도의 간부 공무원 K씨는 상식을 뛰어넘는 수법으로 뇌물을 챙겼다.

K씨는 2014년 3∼4월 후배로부터 소개받은 시행사 총괄이사가 모 골프용품 판매장에 현금 500만원을 맡겨놓자 며칠 후 해당 골프용품 판매장으로 찾아가 같은 금액의 골프세트를 받았다.

골프채를 챙긴 K씨는 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승인 절차를 서둘러 이행하도록 압박하거나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 줬다. K씨는 결국 직위 해제됐다.

영장실질심사 받은 해남군수

◇ “윗물도 썩고 아랫물도 썩고”…묫자리 청탁까지

광주지검이 지난달 구속한 박철환 전남 해남군수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뇌물수수 3가지다.

박 군수는 2011∼2015년 직원 50여 명의 근무성적평정 순위를 조작했다.

그는 또 채용 대가로 비서실장으로부터 2천만원을 챙겼다.

박 군수와 함께 구속 기소된 비서실장은 2011∼2015년 직원 9명으로부터 인사 청탁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아 주머니를 채웠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은 이들에겐 쇠귀에 경 읽기에 다름없었다.

지난 4월 정치자금법,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권영세 안동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선거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복지재단 이사장 정모씨 측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을 건넨 복지재단은 안동시로부터 연간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받고, 시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전기배전반 등을 납품했다.

검찰, 성남시청 압수수색

대구지방경찰청은 매장이 금지된 시립묘지에 지인의 묘를 쓸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로 대구시의원 A(53)씨와 대구시청 공무원 B(50)씨를 지난달 31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지인의 장모 C씨가 숨지자 당시 신규 매장을 금지한 대구시립묘지에 묘를 쓸 수 있도록 해달라며 B씨에게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대구시립묘지 위탁관리업체에 압력을 행사해 C씨가 이곳에 매장되어 있던 남편의 묘 옆 자투리땅에 묻힐 수 있도록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시립묘지는 정부의 매장 억제 정책 때문에 2013년부터 기존 예약분을 제외하고는 신규로 매장할 수 없다.

검찰, 안동시청 압수수색

 

◇ “윤리성 부족이 근본 원인…교육강화하고 일벌백계해야”

이처럼 공무원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각종 행정절차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법이나 규정으로 인허가 기준이 정해졌더라도 이를 적용하고 운용하는 공무원의 의지에 따라 행정처리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부당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이런 공무원 권한을 악용하려는 세력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에 따라 ‘비리 커넥션’을 끊고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 자치단체의 내부 감사와 감찰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의회도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남기헌 충청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공무원 비리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윤리성 부재를 꼽았다.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성적순으로만 선발하다 보니 이런 비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이어 “공직사회 전반에 ‘관존민비’라는 구시대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이러다 보니 국민의 권리를 공무원의 권리로 착각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는 경우가 생기고 불법이나 부정도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불법을 저질렀을 때는 강력하게 처벌해야만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부장도 “행정기관의 밀실주의와 이를 악용한 담합·결탁을 차단할 제도적 보완과 공무원 윤리의식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ebmaster@sisareport.com)


<저작권자Ⓒ 시사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