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6년 6월 29일 수요일 오전 9시 15분
사회 | 기사작성 kjh69

공공기관이 국산장비 외면 – “300억 들여 개발했는데 외면”

 

경기보건硏 “외국산 사고 싶다”, 이상한 구매입찰

 

[시사리포트=이준우 기자]   “몇 년 동안 고생하며 새로운 첨단 장비를 개발하면 뭐합니까? 공공기관조차 외국산 장비를 사겠다고 외면하는데요.”

수년간의 노력 끝에 정부 지원금 등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국내에서 최초로 미생물 진단 장비를 개발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이 공공기관으로부터 부당하게 외면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2006년 설립한 ㈜아스타는 정부 지원금 100억여원과 자기자본 200여억원 등 모두 300여억원을 투자해 미생물 동정 및 진단 장비인 Maldi-TOF 기술 활용 체외 진단 질량분석기를 개발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3번째이다.

박사급 7명, 석사급 15명 등 30여명의 연구인력이 매달려 7년여의 연구 끝에 거둔 결실이었다. 공신력 있는 국가검증기관에서 성능이 우수하다는 검증도 받았다.

그러나 판로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발주한 장비 구매입찰에 참여해 최저가 업체로 선정됐으나 결국 납품이 무산됐다.

보건환경연구원이 당초 연구원이 요구한 장비 스펙에 맞지 않고, 원하는 분석결과를 얻기에 부족한 장비라는 이유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아스타 관계자는 “보건환경연구원 측에서 제시한 스펙이 사실상 외국 A사 제품 스펙 그대로였다”며 “우리 장비가 성능이 우수해도 이 스펙을 적용하면 납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보건환경연구원이 제시한 구매 희망 제품 스펙에는 미생물 성분 분석을 위한 레이저 파장을 ‘337nm only’로 명시했다”며 “Maldi 기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파장이 337∼355㎚인데도 굳이 ‘337㎚’로 제한한 것은 특정 업체 장비를 사려는 의도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성능 장비에는 주로 파장 355㎚짜리를 쓴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뿐만 아니라 보건환경연구원은 국내외에 같은 종류의 장비가 생산되면 국내외 업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내자 입찰’을 해야 하는데, 외국 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 ‘외자 입찰’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아스타 사의 장비는 원하는 데이터를 얻기에 성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스타사 현장 가서 검증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외국계 A사의 제품을 구매하려 했다”고 시인했다.

“싸다고, 국산이라고 원하는 사양을 만족하게 하지 못하는 장비를 살 수는 없지 않으냐”고도 했다.

처음부터 A사 제품을 염두에 두고 구매입찰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A사 제품이 세계적 기업이고 공신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생산업체가 있는데도 ‘내자 입찰’이 아닌 ‘외자 입찰’을 추진한 데 대해서도 역시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이 관계자는 국산 장비 성능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제3의 기관을 통해 검증해볼 수 있느냐는 제안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아스타 장비는 핵심 부품인 레이저 장비를 A사보다 훨씬 비싼 제품을 사용했으나 가격은 1억8천여만원으로, A사 장비보다 몇천만원 싸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아스타 관계자는 “국내 기관 그것도 공공기관조차 국내산 장비 구매를 꺼리는 배경이 의심된다”며 “다른 지역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공공기관조차 국내산 장비를 외면하면 정부 지원까지 받아 새로운 장비나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성능이 외국산보다 떨어진다면 외면을 받아도 수긍하겠다”며 “성능에는 자신이 있다.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외국 장비보다 결코 성능이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검증받을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같은 장비 구매를 위해 비슷한 내용으로 최근 다시 구매사전 공고를 냈으며, 이번에도 아스타는 입찰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아스타 측은 같은 성능이라면 특정 업체의 장비 스펙이 아닌 많은 관련 장비의 공통스펙을 입찰 시 제시할 것과 ‘외자 입찰’이 아닌 국내 업체도 참여할 수 있는 ‘내자 입찰’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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