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6년 9월 07일 수요일 오후 7시 03분

한국전쟁 포로 다큐멘터리 – 나의 마지막 여정

(시사월간) 차세대리더 vol. 4

 

조경덕 감독, 한국전쟁 포로 기자회견 <Return Home>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을 선택한 한국전쟁 포로들

 

3국에서 60년간의 삶

 

 

다큐멘터리 Return Home 기자회견 _7255<조경덕 감독, 한국전쟁 포로 두 할아버지의 기자회견>

 

 

북한 출신 포로들 정전 62년이 지난 아직도 고향에 가볼 수 없어

 

브라질 거주 80대 할아버지, 울먹이며 부모님의 뼈라도 만져보고 싶다

 

박승민 편집장 (park83@sisareport.com)

한국전쟁이 발발해 1953년 7월 정전된 지 올해로 62년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전쟁 포로들에게 전쟁의 상흔은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물기는커녕,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남북한 이데올로기는 제3국에서 살고 있는 전쟁포로들에게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거제도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 당시 친공산당파와 반공산당파로 나뉘어 서로 간에 살육을 벌였던 ‘또 하나의 전쟁터’였다. 이 이념적 후유증 때문에 77명(남출신 2명, 북출신 75명)의 포로는 남으로도 북으로도 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제3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희생자의 전형일 것이다. 자신들의 의지에 의해 선택한 제3국에서의 삶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땅 한반도, 고국이 만든 타의에 의한 이산가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가장 큰 책임은 한국전쟁을 일으킨 당사자 김일성정권임에는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7월 27일 기자회견에서, 다큐멘터리 가제 <Return Home> (나의 마지막 여정)을 준비 중인 조경덕 감독은, 제작 동기에 대해 “2009년도 제33회 상파울로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해, 영화제 수상 차 브라질에 갔을 때 한국전쟁 포로 할아버지들을 만난 게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분들은 중립국으로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념상처, 이념대결 그런 그림자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고 계셨다”며, “20011년부터 제작진이 브라질에 정착한 김명복 할아버지와 함께 북한 고향방문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분들의 절대다수가 이북(북한)방문을 두려워한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Return Home 기자회견_7사진캡션 (기자회견 도중 울먹이는 김명복 씨)_7283<기자회견 중에 울먹이는 김명복(왼쪽) 씨를 위로하는 조경뎍 감독>

 

제작진이 준비한 영상에서 브라질에서 거주하고 있는 동료 할아버지들은 김명복 할아버지께 “고향(북한)에 가면 넌 죽어! 죽으러 가는 거야”라고 했다. 그들은 부모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지만 고향방문에 대해서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북한이 제3국을 선택한 그들을 ‘배신자’로 낙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에 동참한 강희동 할아버지는,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을 택한 당시의 선택이 지금도 맞았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면서 “브라질에서나 미국에서의 삶은 만족한다. 당시의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김명복 할아버지는 직접적인 대답은 피한 채 “고향을 방문해 부모님의 뼈라도 만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현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이 이상의 말은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조경덕 감독은 회견에서 “2년 전부터 브라질 주재 북한 대사와, 북한주재 브라질 대사 등과 접촉해, 김명복 할아버지의 북한 방문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당국은 아직 회신이 없다”며, “한국 당국은 ‘북한과 직접 접촉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북한의 초청장을 가져오라며 비협조적”이라고 밝혔다.

60년 간 이데올로기의 상처를 않고 살아가는 고령의 그들에게 북한의 처사는 물론 한국 당국의 태도도 별다를 게 없는 것 같다. 남북 이념대결의 아이콘이 되어온 할아버지들의 오랜 기간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곳은 남도 북도 아니라면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들이 모두 돌아간 다음에 기약되지 않은 미래의 통일국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인가? 북한 김정은 정권의 ‘통큰 결단’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포로 할아버지들의 남북한 동시방문을 이루려는 다큐멘터리 <Return Home>의 완성편 감상을 기대해 본다.

 

다음은 조경덕 감독과 제작진의 다큐멘터리 준비과정이다.

 

총 6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내년 중반 개봉 예정인 조경덕 감독의 다큐멘터리 신작 <Return Home(가제)>. 지난 60 년간 한국전쟁 포로 할아버지들의 삶에 대한 고통과 번뇌를 담은 다큐멘터리 <Return Home>은 정치적인 이념을 넘어 살아있을 때 고향인 북한 땅을 밟아보는 것이 유일한 소망인 할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담아낸다.

60년 전 한국전쟁 휴전 후, 남도 북도 아닌 중립국을 선택해서 떠났던 전쟁포로들. 지금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전쟁포로 할아버지들이 과거 고향을 떠나왔던 경로를 따라, 태어난 강을 기억하고 돌아오는 연어처럼 60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여정을 떠난다.

<Return Home>은 전쟁포로 할아버지들이 중립국으로 떠나갔던 경로를 역으로 밟는 60여 일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그들이 한국전쟁 당시 전쟁포로가 되었던 과정과 친공포로와 반공포로가 치열한 암투를 벌이며 살육을 자행하던 거제도포로수용소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중립국행을 택한 이유,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인천항을 떠날 때의 심정, 지구 반대편 이국땅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기까지 겪은 고통, 그리고 6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념갈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애까지, 이들이 마음에 꾹꾹 눌러두었던 이야기들을 담담히 담아낸다.

<Return Home>의 프로듀싱을 맡은 조경덕 감독은 지난 2009년 제33회 상파울루국제영화제에서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 장편영화 <섹스볼란티어(Sex Volunteer)>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 위해 브라질을 방문했을 당시, ‘중립국행 전쟁포로’ 할아버지와 만난 인연으로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조 감독은 지난 5년간 브라질 전역과 아르헨티나, 인도, 미국 등에 흩어져 살아온, 생존해 있는 ‘전쟁포로’ 할아버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할아버지들이 제 3국으로 떠났던 여정을 동행하며 그들의 애달픈 목소리를 담아냈다. 현재 <Return Home>은 전쟁포로 할아버지들이 한국과 북한 고향땅을 밟는 여정 촬영만을 남겨두고 있으나, 북한 촬영분은 허가절차 등으로 인해 아직 미정인 상태다.

 

다큐멘터리 Return Home 기자회견_ 사진캡션 (en 한국전쟁포로 할아지버지)_7284

 

조 감독은 “할아버지들은 모두 80대 이상 고령이라 나날이 기력이 떨어지고 있고 내일을 쉬이 기약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이들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들의 한국 방문과 더불어 판문점을 통해 북한 고향땅을 방문할 수 있도록 시도할 예정이며, 이는 한반도의 분단과 갈등을 넘어 통일,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한 도구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라고 밝혔다.

할아버지들의 생애 마지막 소원은 꿈에 그리던 고향방문과 이산가족 상봉이다. 하지만 여전히 냉전 중이며 북한 핵 문제 등 정치이념적인 이유 때문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 할아버지들의 바람이 현실화되기는 지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할아버지들의 고향은 북한이지만, 고향에서 그들은 조국을 버린 ‘배신자’로 낙인 찍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할아버지들이 브라질 국적을 갖고도 선뜻 북한에 들어갈 마음을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을 향해 여전히 ‘빨갱이’라는 의구심을 놓지 않고 있는 한국 사람들의 시선 역시 이들에게는 부담스럽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남북한 동시방문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이념 대립 해소를 촉구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조 감독은 덧붙였다.

 

다큐멘터리 Return Home 기자회견_(마지막 페이지에)

 

<Return Home>은 60년 전 중립국으로 향하던 이들의 여정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이 과정에서 할아버지들은 과거의 기억을 단계적으로 마주하게 되는데, 최종 목적지에 가까워올수록 전쟁이 남긴 상흔이 더욱 격렬히 드러난다. 관객들은 이들의 어제와 오늘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냉전 중인 한반도의 오늘과 대면하게 되고, 개인에게 극단의 선택을 강요하는 전쟁의 본질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Return Home>은 기획 단계에서 부터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와 월드세일즈 에이전시, 브라질 현지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표명한 작품이다. 브라질의 양대 유력 일간지인 ‘폴랴데 상파울로(Folha de Sao Paolo)’와 ‘에스따도 데 상파울로(O Estado de Sao Paulo)’지는 조감독의 <Return Home> 제작과 한국전쟁 포로의 삶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면서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참고자료 3 참고)

<Return Home>은 올해 7,8 월, 할아버지들의 고국 방문 촬영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후반작업을 거쳐 내년 중에 개봉할 예정이다.

 

<Return Home> 제작배경 및 줄거리

 

프롤로그

 

한국전쟁 휴전 후

남도 북도 아닌 중립국행을 택했던 전쟁포로들이 있었다.

 

그 후 브라질에 정착해 살고 있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전쟁포로들이 6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귀향길에 오른다.

과거 고향을 떠나왔던 경로를 연어처럼 거꾸로 거슬러서.

 

여전히 ‘배신자’, ‘빨갱이’라는 멍에를 벗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브라질’,

전쟁포로인 자신들을 받아주는 나라가 없어서 2년 동안 머물러야 했던 ‘인도’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감한 채 눈물을 삼키고 배를 탔던 ‘인천항’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중립국행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던 중립지대’판문점’

동족상잔의 비극을 담은 한국전쟁의 축소판이자, 제 2의 전쟁터였던 ‘거제도포로수용소’,

마지막으로, 가고 싶지만 갈 길이 없어서 꿈속에서만 그려 보았던 북녘 ‘고향 땅’까지…

지난 날 고향을 떠나 브라질로 갔던 여로를 되밟아가는 두 달 여의 대장정!!

 

이 여정은, 할아버지들이 노구를 이끌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멀고도 험한 여행’이자,

과거 이념대결과 동족상잔의 기억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역사 기행’이자, 응어리진 상처와 이산의 한(恨)을 마주 하고 풀어내는 ‘치유의 여행’이다. 그리고, 세계와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우리 모두가 함께 떠나야 할 여행’이다!

한반도의 통일과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립국 선택 포로 할아버지들의 남북한 동시 방문기

 

브라질에 살고 있는 한국전쟁 중립국 선택 포로 할아버지들은 이제 모두 80대 이상의 고령이 되었다. 이들의 생애 마지막 소원은 꿈에 그리던 고향 방문과 이산가족 상봉. 하지만 여전히 냉전 중이며 북한 핵 문제 때문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 할아버지들이 그와 같은 바람을 실현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할아버지들의 고향은 북쪽에 있고, 그곳 에서 이들은 조국을 저 버린 ‘배신자’로 기록 돼 있다. 할아버지들이 브라질 국적을 갖고도 선뜻 북에 들어갈 마음을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을 향해 여전히

‘빨갱이’라는 의구심을 놓지 않고 있는 남한 사람들의 시선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 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남북한 동시방문은 한반도의 평화와 이념 대립 해소를 촉구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Return Home>은 세계인들에게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영화, <Return Home>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는 지구촌의 화약고로서 주요 관심사가 되어왔지만, 이와 관련하여 세계인들에게 보여진 다큐멘터리는 사실상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첨예한 이데올로기 대결 양상 속에서 남과 북, 공히 중립적인 시각 자체가 금기였기 때문이다. <Return Home>은 시각 적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본격적인 한국전쟁 다큐멘터리로서 자리 매김하게 될 것이다.

 

제작배경

 

한국전쟁 중립국행 선택 전쟁포로,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포로수용소의 17만 명 포로들 중에 휴전 후, 남과 북 어느 쪽으로도 가기를 원하지 않았던 전쟁포로들이 유엔의 주선 아래 중립국행을 택했다. 1954년 2월 22일, 인민군 출신 75명, 국군 출신 2명, 총 77명의 전쟁포로들이 그렇게 모국을 떠났다. 그들 대부분은 17~8세에 참전을 하고 2~3년 동안 포로수용소 생활을 한 약관의 젊은이들이었다.

인천항을 떠난 이들은 경유지 인도에서 자신들을 받아줄 중립국의 재가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미국은 참전국이라는 이유로 선택이 불가능했고, 스위스는 이들을 거절했으며, 멕시코 등은 절차가 복잡했다. 결국 2년여의 기다림 끝에 51명이 브라질을, 12명이 아르헨티나를 향해 각각 떠났고, 7명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으며, 나머지는 인도에 정착 했다.

당시 중립국행을 택했던 전쟁포로들은 단지 남과 북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양쪽에서 ‘배신자’ 혹은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전장의 고통뿐만 아니라 거제도포로수용소와 판문점에서 벌어진 극한의 살육을 경험한 냉전 이데올로기 대결의 희생자들이다. 이들을 향해 극단의 선택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돌팔매질을 하는 건 가혹한 처사다. 조국을 떠나기로 한 것은 분명 그들의 의지였지만 떠나지

않을 수 없도록 등을 떠민 건 다름 아닌 분단 조국이었다. 그들에게 중립국행은 ‘선택’이 아닌 ‘막다른 길’이었다.

 

그들은 브라질에서 이념적 사상적 자유를 찾았을까?

 

1956년 2월 6일, 51명의 중립국행 포로들은 브라질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념적으로 자유로운 땅에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 삶을 살고자 했던 이들의 작은 소망은 그리 길지 못했다. 1963년부터 한국인들의 브라질 이민이 시작되었고,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 ‘반공포로’라는 이름의 멍에를 다시 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6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이들은 고향에 남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몸서리쳐지는 전쟁의 기억, 포로수용소에서 겪은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공포, 조국을 저버린 배신자는 낙인 등 한국전쟁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를 오롯이 홀로 감내하고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해 떠났던 이들이 그 누구보다도 오래 전쟁을 앓아야 하는 운명이 된 것은 그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들의 현재는 어떠한가?

브라질에 12명, 아르헨티나와 미국에 각 2명씩, 인도와 한국에 각 1명씩 총 18명이 생존해 있다. 고령이다 보니 거동이 불편하여 고향방문을 원해도 건강상 쉽지 않은 분들이 많다. 이들 중 몇 명은 남한만을 방문한 경험도 가지고는 있으나, 북에 있는 고향은 절대 갈 수 없었던 불완전한 귀향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죽기 전까지 남북한 통일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고향방문에 대해서는 자포자기한 상태들이다.

 

기획의도

이념이 아닌 휴머니즘으로 바라보다

남과 북, 어느 한 쪽을 택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양쪽에서 ‘배신자’나 ‘회색분자’로 매도되고 배제돼 온 전쟁포로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고 기록하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있는 그대로 담아 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공백으로 남아 있던, 하지만 누군가는 꼭 써야 했던 한국전쟁과 한인 이민사의 한 페이지를 채우고자 한다.

 

이데올로기 대결의 역설을 보여주다

 

중립국행을 선택한 뒤 지구 반대편 머나먼 땅으로 떠나갔던 한국전쟁 전쟁포로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이념갈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이들의 초상을 통해, 인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으나 도리어 인간을 소외시켜 온 ‘이데올로기 대결의

역설’을 보여주고, 여전히 냉전 중인 남과 북의 화해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다.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다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대결의 희생자들이 노구를 이끌고 떠난 멀고도 험한 여정을 통해, 이들이 전쟁과 극한의 이념갈등이 남긴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상존하고 지구촌 곳곳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금, 남과 북, 그리고 전세계에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구성 및 스타일

아픈 기억을 더듬는 로드 다큐

한국전쟁 휴전 후 전쟁포로 할아버지들이 과거 중립국행을 택해 떠나갔던 경로를 역으로 밟으며, 잊고 싶었으나 끝내 지울 수 없었던 아픈 기억들과 마주 하는 60여 일의 여정을 담는다.

한국전쟁 당시 전쟁포로가 되었던 과정, 친공포로와 반공포로가 치열한 암투를 벌이며 살육을 자행하던 거제도포로수용소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중립국행을 택한 이유,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인천항을 떠날 때의 심정, 지구 반대편 이국땅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기까지 겪은 고통, 그리고 6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이념갈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애까지, 이들이 마음에 꾹꾹 눌러두었던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현재를 직시하게 되는 () 연대기적 구성

전쟁포로 할아버지들의 여정은 시간을 거슬러 가는 여행이다. 이들은 과거의 기억들을 단계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데, 최종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전쟁이 남긴 상흔이 더욱 격렬히 드러나게 된다. 관객들은 이들의 어제와 오늘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냉전 중인 한반도의 오늘과 대면하게 되고, 개인에게 극단의 선택을 강요하는 전쟁의 본질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영화는 이를 통해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좌우 이분법적 사고를 깨는 날줄

이 영화에서 전쟁포로 할아버지들의 여정이 씨줄이라면, 이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은 날줄이 된다. 허울 좋은 이데올로기 대결을 구실 삼아 서로 죽이고 끝없이 증오해온 냉전의 역사가 선진국에서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돼 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이 계속되고 있고, 중립국행 전쟁포로들 역시 이국땅에 정착하고서도 이념갈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이는, 인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도리어 인간성을 파괴해온 ‘이데올로기 경쟁의 역설’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영화는 지금 이데올로기 대결이 온당한 것인지, 계속 해야만 하는 것인지 관객에게 묻는다.

 

가감없는 이야기를 담는 시네마베리테(cinéma vérité)’

전쟁의 상흔과 이념갈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온 전쟁포로 할아버지들의 여정과 애달픈 목소리를 꾸밈없는 방식으로 따라가고 기록함으로써, 이들의 과거와 현재에 접근 한다. 작위적인 연출이나 편집을 가능한 배제하며 직접성과 자발성을 얻어냄으로써 새로운 실체적 진실에 접근 한다.

 

줄거리

브라질 마또그로수 고지대 농촌에 사는 김명복 할아버지(83). 한인들이 살고 있지 않는 외딴 지역이라 한국어도 거의 잊은 채 살고 있다. 제3국을 선택해 브라질에 도착한지 어언 60년, 포로들 중 막내였던 그가 동료들로부터 홀로 떨어져 이곳에 터전을 마련한 지도 4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몇 년 전 뎅기열로 죽을 고비를 넘겼고, 고혈압과 당뇨 때문에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죽기 전에 단 한번 만이라도 동료 포로들을 만나고 함께 북한 고향땅을 가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 독일계 브라질인 부인과 잘 자란 4남매, 7명의 손주를 두고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는 그이지만, 가족들조차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과거 동족상잔의 악몽 속에서 오늘도 몸서리치고 있다.

그는 압록강변에서 바로 보이는 평안북도 용천에서 다섯 형제 중 넷째로 태어났다. 한국전쟁이 발발 후 이데올로기가 무엇 인지도 몰랐던 16세 어린 나이에 인민군으로 징집 되어 참 다가 이내 포로가 되고 만다. ‘친공 대 반공’ 살육의 현장이었던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숱한 죽음의 위기에 내몰렸다.

판문점 포로 교환 협상 당시, 북과 남 양쪽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던 그는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에 온갖 위협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사선을 넘어 제3국행을 선택했다. 중간 기착지 인도에서 자신을 받아줄 중립국이 나타나기만을 2년 동안이나 기다린 후 드디어

동료 포로들과 함께 꿈에 그리던 자유의 땅 브라질에 도착했다.

한평생 가족들만을 위한 삶을 살아왔던 그가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0년 만에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멀고도 험난한 귀향길에 나선다.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남북한대사관과 대통령궁을 찾아가서 고향방문의 가능성을 타진한 후, 브라질에 정착한 포로들 대부분이 정착했던 상파울루에 도착한다. 그 곳에서 한때 생사를 함께했던 옛 동료 포로들과 50여 년 만에 해후한다.

그들은 브라질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던 리우데자네이루 공항과 이민자수용소로 단체여행을 간다. 낯선 이국 문화 속에서 파란만장했던 브라질 정착기,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정착에 안내자 역할을 했으나 도리어 ‘빨갱이’라며 배척당했던 사연, 포로들 사이에서조차 이념과 사상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던 아픈 기억들까지…

제3국으로 아르헨티나를 선택했던 동료, 브라질을 거쳐 미국으로 2차 이민을 갔던 동료들까지 만나 회포를 풀고, 고향방문 여행의 참가여부를 결정한다.

할아버지가 비행기를 타고 아부다비를 거쳐 도착한 곳은 인도 델리, 공항에는 인도에 정착 했던 전쟁포로 현동화 할아버지가 마중 나와 있다. 제3국을 선택한 전쟁포로들이 고국을 떠나 오랜 항해 끝에 하선했던 챈 나이 마드라스항, 자신들을 받아줄 나라의 입국허가만을 기다리며 2년 간 생활 했던 인도 군 막사도 방문한다.

중립국에서조차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인도 잔류파’ 대 ‘남미행파’ 로 갈렸던 전쟁포로들.

그 때의 앙금을 털어낸 현동화 할아버지까지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과거 목 놓아 울며 고국을 떠났던 그 인천항에 발을 내딛는 할아버지들. 음성꽃동네에서 살고 있는 김남수를 찾아가지만, 그는 치매가 심한상태다. 지금은 유적공원으로 꾸며진 거제도포로수용소에 가까워질수록 제2의 전장터, 포로들이 ‘이념 없는 이념’인 친공 대 반공으로 나뉘어 서로 죽고 죽였던 숱한 살육의 악몽들이 생생히 살아난다.

할아버지들은 ‘제3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곳, 판문점으로 향한다. 꿈에 그리던 고향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과연 할아버지들은 다시금 직면하게 된 과거의 역사와 화해할 수 있을 것인가?

 

제작과정

 

<Return Home>의 시작

남북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의 염원을 담은 영화 <시집 가는 날>(2002년 제작)은 제작 의의를

더하고자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소속 영화인이 스텝으로 참여해 함께 만들었고, 한국 영화 최초로 평양 국제영화제에 출품한 바 있다. 당시 발생한 서해 교전과 그에 따른 남북 관계 경색으로 인해 영화제 초청은 좌절되었다. 하지만 남북 문제에 대한 이런 관심은 조경덕 감독이2009년 상파울루국제영화제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영화나 소설 속 에서만 스치듯 접했던 한국전쟁 ‘중립국행 전쟁포로’ 할아버지들과 실제로 만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Return Home> 준비 과정

이를 계기로 관련 연구 자료들을 찾아보았으나 남과 북이 다 싫어 떠난 ‘배신자’라는 오해 때문인지 그들에 대한 연구와 자료는 미비했다. 대부분 정보의 절대량이 부족하고 중복되는 것이었으며, 그나마도 반공 이데올로기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직접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브라질 전역과 아르헨티나, 인도, 미국 등에 흩어져 생존해 계신 할아버지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와 남북한 모두에 대한 불신 때문에 할아지들의 마음을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들이 제3국으로 떠났던 루트 그대로를 거꾸로 밟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귀향길을 동행하며 이제껏 누구도 제로 듣지 못했던 그들의 애달픈 목소리를 담아내는 여정을 계획하게 되었다.

 

<Return Home>, 남은 과제

할아버지들은 자신들이 브라질 국적자라 할지라도 북한땅을 밟는 즉시 처벌 될 것이라는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을 보는 남북한의 시각은 휴전 60주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별로 호전되지 않았 음을 절감했다. 고향 방문과 신변 안전 보장, 촬영 허가를 위해서는 사전에 남한과 북한 양쪽 정부 당국의 협조와 허가를 얻어야 하지만, 경색된 지금 남북관계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하지만 할아버지들은 모두 80대 이상 고령이라 나날이 기력이 떨어지고 있고 내일을 쉬이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이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면서 남과 북의 통일을 말하는 것은 그야 말로 어불성설이다. 이들의 사연과 고향 방문 여정을 담는 다큐멘터리 <Return Home>이 남북의 긴장 완화와 통일,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도구로 쓰여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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