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오후 11시 33분

“컨텐츠가 부족한 대통령”

 

최순실게이트를 덮어 ‘순실개헌’으로 블랙홀을 만들려던 청와대의 ‘개헌 플랜’이 하루 만에 엄청난 역풍을 맞으며 폭발적으로 발화하고 있다. 이 모든 근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시스템이 아닌 사인(私人) 최순실 씨(이하, 경칭생략)에게 국정을 농단케 한데서 기인한다.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 인사 추천 개입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최순실 딸의 승마 문제와 관련해 좌천됐던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과장이 강제로 공직에서 물러났다는 언론보도 등 최근 ‘청와대를 둘러싼 모든 의혹은 최순실로 통한다(귀결된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최순실 혼자서 국정을 농단하며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게 아니고, 이것은 박근혜-최순실 합작품이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2016102522020001

 

2007년 당시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군일 때 당시 보수신문이 ‘박근혜 의원은 컨테츠가 부족하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기사를 썼었다.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말은 쉽게 말하면 용량(역량, 자질)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그 무렵 신문을 자세히 읽었던 독자라면 기억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이 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역대 다른 정부에서라면 우병우 민정수석의 의혹이 이 정도라면, 사실관계를 조사하기 전 단계라도 진즉 대통령이 비서관을 사퇴시켰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서관의 위법여부를 떠나 이미 그 직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게 최순실 씨의 인사 추천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무성하다. 모든 여론이 사퇴시켜야 마땅하다고 나오는데, 대통령이 몇 개월째 들은 채도 않는 건 철저히 국민을 무시한 자신만의 정치를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발표에서 청와대 보좌진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시기에 최순실 씨에게 연설문의 표현 등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취임 후 1년이 지난 후 까지 연설문뿐만이 아닌 정책보고 등 중요한 문서까지 보내진 것으로 밝혀졌다. 최순실 씨가 가장 좋아했던 것이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고 했다는 최순실 주변의 전언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어안이 벙벙하다.

대통령의 정책에 관한 연설은 주식시장 등에도 바로 영향을 미친다. 또한 국가안보에 관련된 보고서도 내보냈다. 이런 중요 문서를 40년간 언니 동생해온 사이라고 사인(私人) 최순실에게 내보내도 된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최순실은 자신이 메일로 받은 이런 국가 안보와 관련된 보고서도 함께 들어 있는 컴퓨터도 소홀히 팽개친 것 같다. 이런 컴퓨터는 아무 곳에나 두어서는 안 된다는 아주 기본적인 인식도 없는 사람에게 청와대 참모는 자료를 보내 연설문을 정정해 받고, 대통령은 그걸 국민에게 대독했다.

한겨레는 이달 12일자에서 “3년 전 최순실 씨 딸의 승마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해 좌천됐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국장과 과장이 최근 강제로 공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의 사퇴에는 박 대통령이 ‘이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요’라며 공직에 남아 있는 걸 문제 삼은 게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것도 최순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일 제대로 하고 있는 공직자를 파면시킨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것을 국가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할 일인가. 왕정시대인가. 두 여왕의 통치국가인가.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이 책임은 우리 유권자 국민의 몫일 수밖에 없다. 정권의 감시 역할을 제대로 못한 언론의 책임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개헌은 반드시 해야한다. 우리는 오랜 왕조시대를 거친 나라다. 우리의 DNA 속에는 아직도 왕정의 통치개념이 남아있는 듯하다. 게다가 대통령중심제이다보니까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거기에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에서 세운 정책은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폐기처분된다. 거기에 우리 국민성은 냄비체질이다. 다이나믹하게 끌어오르는 장점은 있어도 그걸 유지하고 발전시켜가는 꾸준함이 부족하다.

5년마다 우리는 다람쥐 채바퀴 돌듯 새로 뽑힌 대통령이 좋은 정책을 입안한다 한들 정권 후반기에 들어가면 예외없이 레임덕에  빠진다.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돼다보니 모든 줄을 거기에 댄다.  대통령 측근들을 포함한 그들은 부패하고 타락해 스스로 무너진다. 이런 폐해의 연속을 끊을 수 있는 건 분권형대통령제 개헌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각제는 우리의 냄비체질 때문에 정부가 수시로 바뀔 수 있어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대선주자들은 당선돼면 개헌하겠다고 공약해 놓고도 막상 집권해서는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모든 게 블랙홀이 되어 정책을 추진해나갈 수 없다는 이유와 다음 대선 후보들의 반대 때문이다. 현재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개헌을  반대한 정치인이 더 많다.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게이트를 덮기 위해 개헌을 들고 나왔다 하더라도 개헌을 이루어낼 수 있다면 변변한 업적도 없는 처지에서 그것은 나른대로 인정 받을 것이다.

박대통령이 최순실 건을 포함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를 조종하지 말고 제대로 진상을 밝히고, 국회가 개헌할 수 있는 조건들을 최대한 조성해서 개헌이 된다면 이제까지의 과오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만회하는 길은 역설적으로 개헌에 올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박승민 기자 (park83@sis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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