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6년 12월 03일 토요일 오후 10시 01분

촛불,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 이제 개헌의 촛불을 들어야한다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하며 거듭된 대규모 집회에서 ‘다이내믹 코리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십만 명을 넘어 백만이 넘는 집회가 평화적 집회로 계속된다.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과 확연히 비교가 되는 게, 이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이다. 그들의 대응(워딩)을 보면 우선 죄의 여부를 떠나 그들이 이 땅위에서 함께 숨 쉬고 사는 사람들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들은 일반 시민들의 언어와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촛불이 들불로 번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만 모르고 있는 것인가.

박 대통령은 대(對)국민담화를 통해 ‘검찰의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도 성실히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검찰이 조사를 하겠다고 하자, 수사 결과가 ‘상상과 추측으로 지은 사상누각’이라며,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나왔다. 대통령은 최근에는 자신의 진퇴문제를 국회의 의사에 맡기겠다고 공을 국회로 넘겼다. 새누리당의 비주류를 교란시켜 탄핵을 피해보자는 술책이다. 국민들이 이렇게 화가 나있는데도 안하무인이다. 이제까지 드러난 대한민국 농단도 가관이어서 말문이 막히는데, 박 대통령은 자신의 지금까지의 죄에 더해 국민들을 이중으로 우롱하고 있다. 세계적인 비웃음거리는 물론 나라꼴을 추락시킬 대로 추락시키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최순실 씨 딸(정유라 씨)의 친구의 아빠 회사의 제품을 사달라고 대기업 총수를 독대해 팜플렛을 건내며 부탁할 일인가. 이건 자질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이건 브로커의 일이지 대통령의 일이 아니다.

이제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사퇴 일정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 가결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박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에 대한 분노의 촛불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이렇게 나라를 우습게 만든 것이 박근혜대통령 자신의 컨텐츠 부족과 70년대 후반에 머물러있는 사고방식에다 최태민 일가의 정신적(종교적) 지배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현재의 우리의 대통령제가 대통령이 부패할 수 있도록 상당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고 견제 시스템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황제적 대통령제이다. 이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해법은 분권형 대통령 제도로의 개헌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5년 임기 대통령 제도하에서는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레임덕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인들이 이런 폐해를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개헌을 하지 못하는 것은 유력 대권주자들의 개인적 욕심 때문이다. 과거에 개헌을 강하게 주장했다가도 대통령이 된 후로는 개헌에 소극적으로 바뀐다. 박대통령도 그랬다. 개헌작업을 시작하면 그 시점부터 블랙홀이 되어버리니까, 중요한 골든타임에 자신의 비전이고 정책이고 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면 그 점에 대해 이해를 못할 부분은 아니다. 또한 유력 대선주자도 개헌을 반대한다. 현재 자신에게 유리한 지지율 등의 정치상황을 굳이 개헌하면서 바뀔 수도 있는 위험성을 떠않고 싶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개헌에 반대한다. 그 대표적인 정치인이 지금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이다.

한편 지지율이 낮은 대선 후보군 쪽에서는 현재의 정치판을 흔들기 위해 개헌을 주장한다. 그 예가 국민의당 일부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박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었을 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사 기간 등을 생각하면 개헌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회의적인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어 헌재로 넘어가면, 국회는 이번 사태의 국정감사를 마치고, 특검은 특검대로 공정하게 수사하면 되는 것이며, 정치권은 바로 개헌작업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보수출신이건 진보출신이건 대통령 임기 말이면 하나같이 친인척과 측근들의 부정 비리로 대통령이 초라하게 청와대에서 나오는 모습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일본의 언론인들이 자주 질문한다. 왜 한국의 대통령들은 임기가 끝나면 모두 감옥에 들어가느냐고… 거의 모든 대통령이 그렇다는 것은 대통령 그 한 사람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그걸 알면서도 개헌에 머뭇거리는 것은 그 자신도 공범이 되기를 자처하는 거나 다름 아니다.

여기에 개헌할 때 꼭 필요한 것은 청와대의 민정수석비서관(民情首席秘書官) 임명제도에 대해 못박을 필요가 있다. 민정수석을 집권당이 아닌 야당과 국민 등 추천위원회에서 덕망있는 법률가 등을 추천케 한다면 현재와 같은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는 많이 없어질 것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에서도 보듯이 민정수석비서관은 청와대 내서도 무소불위의 부서이다.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국가의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거기서 나오는 모든 정보를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또 대통령의 친인척의 비리도 차단하기 위해 감시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의 부서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 민정수석실에서 대통령의 귀를 막을 수도 있고, 또한 최순실 씨 일당과 같은 사람들과 담합하면 나라를 얼마든지 주무르며 우스운 꼴로 만들 수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치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개헌에 반대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국민들이 이번 사태와 같이 분개하면서 이 개헌문제에서 자기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또는 진보를 지지하느냐 보수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개헌에 찬성하고 반대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도 자체가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박-최 게이트에 대해서는 하늘을 찌를 듯 분노하면서 개헌(정치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관심을 안 갖는다는 것은, 그것은 곧 그 집 머슴과 공모해서 곳간을 턴 도둑들을 잡아 꼭 관아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곳간의 (최신 방범시스템으로의) 자물쇠는 바꾸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93%가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다며 이렇게 화가 난 경우는, 이승만 정부의 3.15 부정선거 등에서 촉발된 이승만 대통령 하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는 언론 매체가 다양하지 못해 지금처럼 국민들이 상세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개헌의 호기를 놓쳐서는 국가적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이런 비상 상황이 아닌 평상시 때 유력 대권 주자들 또는 대통령은 아무도 개헌을 하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폐해는 매 5년마다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탄핵은 탄핵대로, 개헌은 개헌대로 추진돼야 한다” 며,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개헌을 반대한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을 자신이 5년 더 해먹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적확한 지적이다. 우리는 보수 진보를 떠나 개헌을 촉구해야한다. 우리가 분노한 진정한 의미가 여기에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헌의 촛불을 더 높이 들어야 한다.

 

박승민 편집장 (park83@sisareport.com)

 

 

 
<저작권자Ⓒ 시사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