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7년 2월 06일 월요일 오전 10시 33분
국내경제 | 기사작성 kjh69

휘발유 가격의 ‘62%’는 세금

 

휘발유 10만원 주유때 세금 6만2천원 내는 셈…세금 비중 – 미국 21%, 일본 53%

 

[시사리포트=최유석 기자]  최근 국제유가 인상으로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이 오르면서 여기에 붙는 유류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류세가 기름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내 차가 기름으로 달리는지, 세금으로 달리는지 잘 모르겠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 휘발유 1천원 주유하면 세금이 623원

여기에서 유류세 등 각종 세금을 제외하면 순수한 휘발유 가격은 549원에 불과하다. 반면 세금은 총 905.75원으로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의 비중이 62.3%에 달했다.

정작 휘발유 자체 가격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낸 것이다. 자동차가 기름이 아닌 세금으로 달린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휘발유의 국제 시세와 관계없이 일정하다. 정액제이기 때문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에 교육세 79.35원, 주행세 137.54원이 붙는다. 여기에 ℓ당 16원의 수입부과금, 원유가의 3%인 관세, 소매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가 추가된다.

올해 1월 들어서는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세금 비중은 적어졌다. 1월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ℓ당 1천503원이었는데 세금은 910원으로 60%였다.

하지만 세금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은 여전하다.

경유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좀 더 낮은 유류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375원, 교육세가 56.25원, 주행세가 97.50원으로 모두 합쳐 528.75원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시기로 진입한 이래 휘발윳값에서 세금의 비중은 2014년 60%에 들어선 뒤 그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표> 유류세 내역

세금 항목 휘발유 경유
교통에너지환경세 529 375
교육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
79.35 56.25
주행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
137.54 97.50
총 계 745.89 528.75

 

◇ 외국과 비교해도 많은 세금

전문가들은 국내 수송용 에너지, 즉 휘발유·경유·LPG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높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에너지 관련 세금 가운데 수송용 에너지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 나라의 휘발유 가격을 비교해보면 이런 차이가 바로 드러난다.

당시 한국의 휘발유 소매가격은 ℓ당 1천427원이었는데 정유사의 휘발유 가격은 550원에 그쳤고 여기에 세금이 877.3원 붙었다. 세금 비중이 61.5%였다.

하지만 일본은 ℓ당 126엔의 소매가격에서 세금이 66.7원으로 52.9%였다. 미국은 세금 비중이 훨씬 낮아 갤런당 2.18달러의 소매가격에서 세금이 0.4548달러로 20.9%에 그쳤다.

 

◇ “비싼 유류세가 가짜 석유 부추겨”

비싼 유류세가 가짜 석유를 양산하는 주범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비싼 유류세의 가장 단적인 폐해로 가짜 석유를 지목한다. 가짜 휘발유나 가짜 경유의 제조 원가는 실제 휘발유나 경유의 생산 단가보다 비싼데도 탈세를 통해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보니 가짜 휘발유·경유가 유통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가짜 석유가 원가는 비싸지만, 유류세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장사가 되는 셈”이라며 “가짜 석유를 없애려면 유류세를 적정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철 난방용 에너지원으로 전기 소비가 늘고 있는 점도 불합리한 에너지 가격 정책에 따른 에너지 소비의 왜곡으로 꼽았다.

기름을 이용한 발전소와 전기로 각각 난방을 하면 에너지 효율 등으로 전기 난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유류세로 인해 외려 전기 난방이 저렴해진다는 것이다.

 

◇ ‘유류세 인하’엔 전문가들도 의견 갈려

이러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나치게 높은 국내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승훈 교수는 “외국의 경우 환경에 미치는 부하, 즉 환경에 나쁜 정도에 따라 에너지 연료에 세금이 부과되는데 우리는 석탄의 경우 세금이 낮은 편이고 원자력 발전(우라늄)에는 전해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휘발유·경유 등 수송용 에너지에 대한 세금 부담은 줄이고 석탄이나 원자력 쪽에 과세를 강화해서 전체적으로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에너지원 간 과세 형평성은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덕환 교수도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과도할 뿐 아니라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과도하다 보니 가짜 석유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불합리하다 보니 기름 대신 전기로 난방하는 에너지 사용의 왜곡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유류세를 낮추면 가짜 석유가 사라지면서 세수가 늘고 각종 유류 보조금 지급은 줄어든다”며 “국가 재정에 충격을 주지 않고도 유류세를 30% 정도는 충분히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체적인 조세 체계를 감안할 때 낮추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체 세수 부담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아 외려 증세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수송용 세제를 낮추는 것도 부담이고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감축 대책에도 역행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 대신 현행 세수 범위 내에서 수송용 에너지의 과세 기준을 환경오염 유발 정도에 따라 재산정하고, 탄력세율을 적용해 유가가 높아지면 세율을 낮추는 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또 “향후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유류세 인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세제 혜택이 많은 발전용 우라늄과 석탄에 대해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현행 유류세 체계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중이기는 하다.

지난해 대두된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수송용 에너지의 상대가격 조정 문제에 대한 정책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6월께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OECD 주요국 등과 비교해 수송용 에너지 요금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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