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7년 3월 12일 일요일 오후 11시 07분

국민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3.12.17년 (2)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 앞에서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힌 내용이다. 모두 딱 네 문장이었다.

5개월 가까이 국민들을 ‘멘탈붕괴’시킨 국정 최고책임자로서는 너무 편협하고 성의 없는 발표문이다. 탄핵에 대한 불복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 3월 23일 한나라당 대표였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지금은 헌재의 판결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그 판결에 대해서는 찬성했던 사람이나 반대했던 사람이나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후 2004년 4월에도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전폭적으로 (탄핵이) 어떤 결정이든 승복하겠다”, “헌재의 판결을 모두 승복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도 했다.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둘 다 지키지 않았다. 무엇을 ‘안고 가겠다“는 것인가.

자신(박 전 대통령)을 믿고 성원해준 국민들이 이 시점에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한 여론조사에서 ‘탄핵이 맞다’고 답한 비율이 86%로 나왔다. 지지해준 4~5%인 국민에게만 성원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한 것인가. 박 전 대통령이 이런 스탠스를 계속 취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박-최 게이트의 진실은 더 많이 밝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대통령선거를 2개월 이내에 치러야 하는데다 대통령이 탄핵되자마자 검찰수사를 바로 착수하는 것은 심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검찰은 현직 대통령이 없는 지금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일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박사모’의 지지세력을 규합해 수사 방어작전과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측근 의원을 통한 ‘삼성동 골목 성명’도 예고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라에 먹칠한 대통령을 대신해 헌법재판소가 바른 심리로 국가의 체면을 좀 세워주는가 했더니, 박 전 대통령이 다시 찬물을 끼얹는다.

선진 외국에서 한국을 바라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행동을 보면 참 우스운 나라 같은데, 헌재의 심리와 재판 결과(탄핵인용)를 보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인 것 같기도 할 테니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말이다.

우리 국민은 참 성숙한 국민이다. 촛불 집회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우리 국민 민도의 70%만 따라갔다면 그렇게 비난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정이 많은 국민이다. 그런 국민 정서가 법치보다 큰 힘을 발휘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비이성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대통령이 보다 솔직하게 대응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습책을 제시했었다면 역설적으로 탄핵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업자득이다. 대통령 본인의 책임은 물론 친박(또는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참모들의 책임도 엄중하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바르게 진언하기는커녕 함께 국정농단을 부인하며 막다른 길로 같이 몰고 왔기 때문이다.

어느 전(前) 대통령은 말하기를 정치지도자는 국민보다 딱 반보만 앞서가면 된다고 했다. 아니다. 반보 앞서가는 것도 기대하지 않고 지금의 국민들 생각만 그대로 헤아리고 똑같이 만 나아간다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승민 기자 (park83@sis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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