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7년 3월 20일 월요일 오전 10시 10분
국내경제 | 기사작성 kjh69

경제 3대 주체 중 ‘가계’만 가난 – 소득 줄고 실업·빚에 이자폭탄

 

정부 세수풍년·상장사 순익 사상 최대…금리인상에 가계 소비절벽 가속
성장 선순환구조 붕괴…가계소득 증대 급선무

[시사리포트=최유석 기자]  경제 3대 주체 중 가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소득은 줄고 일자리 구하기는 힘든데 빚은 늘었다. 금리 상승기 진입으로 빚은 더 늘 것으로 예상되고 ‘이자폭탄’까지 우려된다.

정부와 기업은 가계보다는 상황이 좋다.

정부 세수는 작년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이런 추세는 올해도 유지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 역시 빚이 있지만 가계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국민총소득(GNI)에서도 가계의 비중은 줄었지만 기업은 대폭 늘었다.

소비의 주체인 가계의 위기는 소비→투자→고용→소비로 이어지는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다. 이는 경제 전체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살리기 위한 가계소득 증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쪼그라드는 가계

가계의 상황은 암담하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전국 2인가구 이상)은 439만9천원으로 전년보다 0.6% 늘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물가 인상률을 감안한 작년 실질소득은 0.4% 줄었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03만8천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벌이는 시원찮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맨 ‘슬픈’ 결과였다. 작년 가계 소비지출은 0.5% 줄었다. 관련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첫 감소다.

일자리는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악화됐다. 지난 2월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당시와 비슷하다. 2월 기준으로는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2월 실업률은 5.0%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2월 기준으로는 2001년 2월 이후 가장 높다.

가계신용(가계빚)은 지난해 말 1천344조3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증가폭(141조2천억원) 역시 사상 최대였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경제규모에 비해 많을 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문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6%로 1년 전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BIS가 자료를 집계하는 43개국 중 8위였고 이 비율의 증가 속도는 세 번째였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미국(79.4%), 유로존(58.7%), 일본(62.2%), 영국(87.6%)보다 높았다.

여기에 대출 금리는 오름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시사해 금리의 급격한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대출이자 상승세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추가 이자부담이 9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저신용, 저소득, 영세 자영업자들의 금리 부담은 더 늘어난다.

경제활동의 성과인 전체 소득에서도 가계의 몫은 쪼그라들고 있다.

국민총소득에서 가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의 비중은 1997년 69.3%에 달했지만 2015년 62.0%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비중은 16.7%에서 24.6%로 확대됐다. 정부 비중은 14.0%에서 13.4%로 소폭 축소됐다.

 

◇ 정부 ‘나홀로 호황’

지난해 국세수입은 242조6천억원으로 전년보다 24조7천억원(11.3%) 증가했다.

국세수입과 증가액 모두 사상 최대다.

지난해 세수 증가율은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경상성장률의 3배에 육박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한국의 경상성장률을 4.0%로 추산했다.

경기와 소득이 좋아져 자연스럽게 세금이 늘었다는 논리보다는 사실상의 증세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더 공감되는 이유다.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근소세)는 지난해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어서며 전년보다 14.6% 늘었다.

정부는 명목임금 상승과 취업자 수 증가로 근소세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명목임금 상승률은 3.8%였다.

올해 첫 달에도 세수는 호조세를 이어갔다.

올해 1월 국세수입은 33조9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8천억원 늘었다.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채무는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 미만이어서 100%가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

나라빚은 세금으로 해결해야 돼 결국 가계의 부담이다.

 

◇ 상장기업 작년 순익 110조 육박…기업 현금 곳간 ‘넉넉’

기업들은 영업환경 악화에도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1천901개 상장사의 작년 실적을 추산한 결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58조원과 107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220개사의 작년 이익은 시장추정치(컨센서스)를 반영했다. 나머지 1천681개사는 발표한 실적으로 집계했다.

기업들의 ‘현금 곳간’도 넉넉하다.

대기업들인 순환출자제한 대상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7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기업의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도 증가했다.

기업의 순이익 증가는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에 따른 영향이 크고 개선된 현금 상황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 부채는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부채비율은 2012년 88.3%에서 작년 6월 말 75.9%로 줄었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과 부채를 비교한 비율이다. 중소·영세기업은 어렵지만 전반적인 기업 부채는 호전되고 있는 것이다.

 

◇ 가계소득 증대 필요 공감…방법은 규제완화·재정 등 다양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의 선순환구조 회복을 위해 가계소득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방법에 대해서는 규제완화, 기업 투자 활성화, 수출 확대, 재정 투입, 사회안전망 확대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처럼 내수시장이 작은 나라에서는 소비가 증가한다고 기업의 고용이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업이 해외에서 장사를 잘해야 투자와 고용이 확대되고 가계소득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주장하는 공공투자를 통한 일자리 확대의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기업 규제를 줄이고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기업의 고용환경을 개선해야만 가계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도하게 수출 기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였는데 이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이제는 내수를 통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으로 복지와 공공일자리를 늘리고 기업이 쌓아 둔 돈을 고용 증가로 이어지게 해 가계소득이 늘어야만 소비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며 “지금 같은 경기 위축 상황에서는 이런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 상황인데 정부의 세수는 늘어나 사실상 재정 긴축 상태”라며 “재정을 통한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공공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실업급여를 중심으로 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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