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8년 5월 10일 목요일 오전 8시 56분

[정문섭 박사] <사기열전>에 나오는 고사성어25 – 증삼살인(曾參殺人)

헛소문도 쌓이면

증삼살인(曾參殺人, zēng shēn shā rén)

일찍이 증, 석 삼, 죽일 살, 사람 인

증삼이 사람을 죽이다. 헛소문도 여러 차례 반복되면 사실처럼 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기》 저리자·감무(樗里子·甘茂)열전에 나온다. 또 《전국책(戰國策) 진책(秦策)에도 나오는 얘기이다.

감무는 전국시대 백가(百家)의 학설을 배웠으며 장의와 저리자의 추천으로 진 혜왕을 만났다. 한중 땅을 공략하고 촉을 평정시킨 공로로 좌승상에 오르게 되었다. 그 후 무왕이 ‘수레가 다니는 큰 길을 열어 주(周)왕실을 넘보고 싶소. 그리 된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소.’ 라고 말하자 감무가 무왕에게 ‘저를 위로 보내주셔서 함께 한을 치를 맹약을 맺게 해주십시오.’ 라고 간청하여 위로 떠났다. 나중에 감무가 귀국하여 식양(息壤)에서 경과를 보고하는 가운데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왕의 신임을 확인하려 하였다.

어느 날, 노(魯)나라의 비읍(費邑)에 증자(증삼)과 이름과 성이 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달려와 증삼의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답니다.”

“우리 아들이 사람을 죽일 리가 없소.”

증삼의 어머니는 태연하게 베 짜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얼마 후에 또 다른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와 말했습니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그 말을 믿지 않고 태연하게 베를 짰습니다. 다시 얼마 후, 또 다른 사람이 달려와 소리를 질렀습니다.

“증삼이 정말 사람을 죽였어요.”

증삼의 어머니는 두려운 나머지 베틀의 북을 내던지고 담을 넘어 달아났습니다. 증삼의 현명함과 어머니의 신뢰가 대단하였지만 세 사람이나 와서 말하니 어머니도 의심이 들고 두려움을 가진 것입니다.

지금 저는 증삼만큼 현덕하지 못하고 대왕께서 저에 대한 신임도 증삼의 어머니가 증삼을 믿는 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더구나 저를 의심하는 사람이 세 사람뿐이겠습니까? 저는 증삼의 어머니처럼 대왕께서 저를 의심하실까 두렵습니다.

무왕이 듣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오. 그대와 맹세하오.”

마침내 왕이 감무에게 의양을 치게 하였다. 5개월이 걸려도 공략을 못하자 사람들이 비난했다. 무왕이 감무를 소환하고 퇴각하려했다. 감무가 말했다.

“식양은 아직도 그대로 그곳에 있습니다. 약속을 잊으셨습니까?”

“아! 맞도다. 그대와 맹약을 했었지.”

무왕이 전군을 이끌고 출병시켜 감무로 하여금 공격하게 하였다. 감무가 크게 이겨 왕에 보답하였다.

* 증자는 공자의 문하생이며 사서(四書)가운데 하나인 《대학》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유가의 ‘효’를 재확립하는데 힘썼다. “부모를 기리고, 부모를 등한시하지 않으며, 부모를 부양한다.”고 주장했다.

상기 증삼살인과 같은 의미를 갖는 성어로 ‘삼인성호(三人成虎)’가 있다. 유향(劉向)이 지은 《戰國策(전국책)》 위책(魏策)에 나온다. 세 사람이 범을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근거가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듣게 된다는 말이다.

전국시대, 위(魏)나라가 태자를 조(趙)나라에 인질로 보낼 때, 왕이 평소 신임하던 방총(龐葱)을 같이 보내 태자를 돌보게 하였다. 방총은 자기가 외지에 나가 있는 동안 자기를 중상하고 헐뜯는 사람이 있을 경우, 왕의 신임을 잃게 될 것이 걱정되었다.

“대왕, 누가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어찌 그런 일이 있겠느냐?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또 다른 사람이 와서 호랑이가 왔다고 하면 어찌 하시렵니까?”

“음, 이건 좀 의심이 가겠구나! 그럴지도 모르지.”

“세 번째로 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내가 믿지 않을 수 없지! 빨리 잡으라고 명해야지”

“그렇습니다. 누구나 거리에 호랑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세 사람이나 와 사실처럼 생생하게 말하니 이처럼 왕께서도 믿으시고 맙니다. 제가 외지로 떠나면 조정안에서 저를 헐뜯을 수 있는 자가 세 명뿐이겠습니까? 틀림없이 더 많을 것입니다.”

“별 걱정을 다 하는구나. 태자를 잘 돌보기나 해라!”

그러나 방총이 조나라로 간 후 그를 비방하고 중상하는 말이 부단히 왕의 귀에 들어가니, 결국 왕이 멀리하여 끝내 중용하지 않았다.

훗날 사람들은 이들 성어를 ‘유언비어가 늘 진상을 덮어씌울 수 있으며, 실제로 없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이 여러 사람이 말하면 사실처럼 왜곡되어 입이 열 개라도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출마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온갖 유언비어와 중상모략이 난무하고 있다. 요즘 잘 나가고 인지도가 높아 정치에 꿈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그간 몸조심을 하며 주변관리에 신경을 써 왔지만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근거도 없고 사실도 아닌 악성소문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 준비하며 출마를 서두르던 사람들이 요사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미투>를 보며 조용히 손을 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본인이 생각하기로 이성에 대하여 나름 깨끗하고 꿀릴 게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정작 <#미투>에 의해 이름이 오르내리면 ‘전혀 아니다.’라고 강변하지만, 어제 이 사람이 말하고 오늘 저 사람이 말하고 내일 또 다른 사람이 그럴 듯하게 말하니 사실 여부를 떠나 사람들은 그게 사실이라고 믿어버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결국 후보자 경선에도 나가지도 못하고 주저앉고 있다. 특히 아무 문제 될 게 없다하여 공천을 받아 출마했더라도, 투표일에 임박하여 누군가가 ‘모년 모월 모일 저녁, 그가 나를 껴안았다.’고 한 마디만 했다하면 어찌 될까? 또 다른 사람이 연이어 그리 말하게 되고 또 세 번째 사람이 나타나 그리 말해 버리면 어찌 될까? 상상만 해도 안타깝고 소름끼칠 일이다. 그게 사실이 아니었더라도….

정문섭 박사 프로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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