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8년 6월 01일 금요일 오전 10시 07분

고정식 박사, 인문학으로 세상을 보다 (114)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

 

식물은 환경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중국 강남의 귤나무를 기후와 풍토가 다른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나무로 변하고 만다. 여기에서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동물의 경우는 어떨까? ‘코이’(Koi)라는 이름의 비단잉어가 있다. 일본 사람들이 관상어로 많이 기르는 물고기다. 흥미 있는 것은 다 자란 코이의 몸길이다. 코이는 어항에서 키우면 기껏해야 길이가 5-8 센티미터 정도 밖에 자라지 않는다. 대형 수족관이나 연못에서 기르면 15-20 센티미터까지 자란다. 그런데 코이를 강에 방류하면 무려 90-120 센티미터까지 성장한다. 강에서 자란 코이는 어항에서 자라난 것의 15배를 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어항에서 길러진 코이는 강에 방류되어 자라난 코이의 15분의 1밖에 될 수 없다.

코이의 경우 환경이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어항에서냐 큰 강에서냐에 따라 몸길이에 천양지차가 나는 것이다. 다른 물고기도, 코이처럼 편차가 크지는 않지만, 자라는 곳에 따라 크기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비단잉어 ‘코이’

▲비단잉어 ‘코이’ (출처: <위키피디아>)

환경은 사람에게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신체 성장이 빠르고 인격 형성이 하루가 다른 청소년기에 환경의 영향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가난하면서도 이사를 세 번이나 한 맹자(孟子)의 어머니는 현명한 여인이었음이 틀림없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다양한 문명이 개화하는 데는 물론이고 여러 문명이 발달 양상과 속도에 현저한 차이가 나는 데는 환경이 압도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지리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으로 작용했음을 숱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고도의 문명을 이룩한 종족과 그렇지 않은 종족이 있는데, 이들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것은 그 종족들 간의 유전적 우열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환경적 여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오래 작용하여 현격한 차이를 낳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제러드 다이아몬드 (1937- ) (출처: <위키피디아>)

굳이 인간을 물고기에 비한다면, 코이를 닮았을까, 아니면 다른 물고기를 닮았을까? 신체적인 면에서 사람은 코이가 아니라 다른 물고기를 닮은 듯하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양육, 관리하더라도 키를 평균적 인간의 3배쯤 되게 만들 재간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키 말고 다른 면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가령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고 그의 그런 잠재력이 온전히 피어날 수 있는 좋은 환경에 노출된다고 가정해보자. 보통사람 수준의 음악적 재능의 수십, 수백 배의 능력도 얼마든지 계발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설령 특정 분야에 탁월한 잠재적 능력을 타고났더라도 그런 잠재력을 계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을 평균인 정도로 키워 내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 코이로 말하면, 길러지는 물에 따라 피라미 정도로 자랄 수도 있고 거의 돌고래만큼 클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코이의 비유를 빌리면, 우리 인간은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인간의 삶의 목표가 무엇이라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활짝 꽃피우는 것, 이른바 자아실현은 누구에게나 설득력 있는 삶의 목적임이 분명해 보인다. 한 개인으로서 우리는 스스로를 가능한 한 ‘큰물’에 풀어놓도록 노력해야 한다.

‘큰물’에서 노는 일이 중요하다는 데서 ‘큰물’이 함축하는 바를 보다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코이야 말 그대로 큰 강물에 풀어 놓으면 그만이지만 인간의 경우 ‘큰물’의 의미는 훨씬 깊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큰물’은 다면적 사고, 적극적 시도, 다양한 견해의 활발한 교류가 구현될 수 있는 문화, 풍토를 의미해야 한다. 사람을 평가할 때도 단점보다 장점에 주목하며 모든 문제에서 외형보다 실질을 추구하는 그런 문화, 풍토이다. 한마디로 진정한 개방적 문화, 열린사회다. 다채로운 주장과 이론이 공존, 논의되며 다소 이질적인 의견조차 유연히 수용되는 풍토이다. 이런 요소들이야말로 코이를 피라미가 아니라 돌고래 수준으로 기를 수 있는 ‘큰물’이다. 구체적으로 교육 시스템을 비롯하여 여러 사회 정책 역시 구성원 개개인을 최대한 성장케 하는 ‘큰물’의 역할을 하도록 수립,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큰물’에 풀어놓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 사회, 문화, 풍토 또한 ‘큰물’로서 작용하도록 조성해나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소홀히 해서도 안 될 사항으로 보인다.

고정식배저5


<저작권자Ⓒ 시사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등록된 댓글 수 2 댓글
댓글을 남겨주세요.
  1. 문영진말하길

    고박사님의 칼럼 내용에 적극 동의합니다.

  2. 홍창국말하길

    사름도 큰물에서 놀아서 크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