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8년 6월 08일 금요일 오전 10시 14분

[정문섭 박사] <사기열전>에 나오는 고사성어26 – 척단촌장(尺短寸長)

누구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

척단촌장(尺短寸長, chǐ duǎn cùn cháng)

자 척, 짧을 단, 마디 촌, 길 장

‘자(척.尺)도 짧은 때가 있고, 치(촌.寸)도 길 때가 있다.’라는 뜻으로 초나라의 굴원(屈原)이 지은 《초사(楚辭)》의 복거(卜居)에서 유래되었다. 어떤 사물이든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내가 최근 만난 친구 Y는 500억 원대의 자산가이다. 젊은 시절 날품팔이로 시작하여 열심히 돈을 모아 서울 근교에 공장을 지었다. 어느 날 그곳들이 도심으로 바뀌어 건물 임대수입만 해도 월 3천만 원이 넘는다. 아무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그가 나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내가 고향과 관련된 모임만 있으면 바로 쫒아가서 한턱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라네. 그때마다 사람들이 한 마디 하라 해서 기분이 좋긴 한데, 내가 가방끈이 워낙 짧아 말을 좀 하다보면 무식이 폭로되어 돈을 쓰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창피하고 씁쓸해.”

“자네가 보기에 K는 어때 보이는가? 그 친구는 학력이 높고 고위관직을 지냈지만 자네가 나타나면 기가 죽어 자네를 부러워하며 돌아간다네. 그리고 그간 장학금도 많이 내어 존경을 받는 몸이지 않은가? 자네 부인과 자식들은 어찌 생각하나? 무식하다며 자네를 무시하는가?”

“가족들이야 날 잘 챙기지.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졸부라며….”

“어허, 욕심도 많구먼.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하는가? 난 사람들에게 고진감래(苦盡甘來)한 자네를 자랑스러운 친구로 말하고 다닌다네. 자네는 긴 것을 짧게 보고 짧은 것은 길게 보는 것 같구먼. 자네의 장점이 차고 넘치어 단점을 덮고도 남아돌고 있음을 모르고 사는 것 같네. 정 ‘무식’ 이 싫으면 지금부터라도 TV다큐멘터리나 신문사설을 열심히 보고 틈틈이 고사성어 라도 자주 챙겨 보시게. 대화의 폭이 넓고 깊어지고 풍성해질 테니까.”

전국시대 후반, 초나라의 굴원(屈原)은 조국과 백성을 위해 올바른 국정을 건의하여 한 때 왕의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나중에 주위의 시기와 참언(讒言)이 늘어나니 어리석은 왕이 굴원의 관직을 박탈하고 도성 밖 먼 곳으로 유배를 보내 버렸다. 굴원이 태복(太卜) 정첨윤(鄭詹尹)을 찾아 자기의 억울함과 답답함을 토로하였다.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도 나의 생각이 옳다며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왕에게 아부하고 부귀를 누리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굴복하지 않고 충정을 지킬 것인가? 승냥이나 호랑이 같이 서슬 퍼런 벼슬아치들의 간사한 무리들을 떠받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백조와 같이 고고하게 날개를 펼치고 하늘 높이 날아야 하는가? 닭이나 오리처럼 먹을 것이나 다투는 그러한 부류가 되어야 하겠는가?”

정첨윤은 이런 일은 점을 쳐서 알 수 일이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무릇 자(尺)도 짧아 보이는 수가 있고, 치(寸)도 길어 보이는 수가 있으며, 사물도 부족할 경우가 있고, 지혜도 밝지 못한 경우가 있으며, 숫자에도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있고, 점복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신령함에도 통하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대의 마음이 가는 곳을 따라 그대의 뜻대로 행하기 바랍니다.”

한편, 《사기》 백기왕전열전(白起王剪列傳)에도 ‘척유소단 촌유소장(尺有所短 寸有所長)’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국시대 진의 명장 백기와 왕전은 모두 많은 공훈을 세운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백기는 진 소왕이 자결하라는 명에 의해 자살했으며, 왕전의 손자 왕리는 항우와 싸우다가 역시 목숨을 잃었다.

사마천은 이를 두고 ‘척단촌장’을 언급하면서 ‘백기와 왕전 역시 명장이었지만 그들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을 면하지는 못했다.’라고 평한 것이다.

촌은 3.3cm이고 척은 33cm이다. 척은 촌보다 10배나 길지만 실제의 용도에서는 오히려 짧아서 모자라는 경우도 있고, 촌은 척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실제의 용도에서는 충분히 사용하고도 길이가 남는 경우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혜로운 사람도 경우에 따라서는 어리석은 사람보다 쓸모가 없고, 어리석은 사람도 때로는 지혜로운 사람보다 더 쓸모가 있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이 성어는 사람이나 물건에는 저마다 장단점이 있으며, 일의 종류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장단점이나 우열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뜻하게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성어를 사람들에게 자기의 장점을 깨우치게 하고 이를 더욱 키우며, 부족한 것은 열심히 노력해서 채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정문섭 박사 프로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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