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8년 6월 19일 화요일 오전 10시 01분

[정문섭 박사] <사기열전>에 나오는 고사성어27 – 낭중지추(囊中之錐)

뛰어난 재주라도 있어야

낭중지추(囊中之錐, náng zhōng zhī zhuī)

주머니 낭, 가운데 중, 갈 지, 송곳 추

《사기》의 평원군·우경열전(平原君·虞卿列傳)에 나온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주머니 속의 송곳이 튀어나오듯 저절로 남의 눈에 띄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그는 매우 성실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기안하고 집행하며 윗선에 보고하고, 윗선들이 퇴근한 후 늦은 밤에 문을 나섰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지만 그저 감추며 참고 살았다. 시간이 흘러 진급할 때가 되었지만 부탁할 줄도 또 그럴 생각도 없는 사람이었다.

“s 사무관님, 신경 좀 쓰지. 그냥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다간….”

“언젠가는 알아주시겠지. 뭐.”

하지만 윗선들은 그의 ‘성실’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의 능력과 재주, 그리고 이루어낸 어떤 성과를 보지 못했다며 추천을 망설였다. 어떤 분이 ‘성실’과 ‘충성’도 능력이라고 말하며 옹호했지만, 성실은 ‘무능’의 연장이고 충성은 ‘아부’일수도 있다는 말로 덮어지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다 진급한 한참 후에야 동정표를 받아 겨우 한 계급 올랐다. 얼마 후 후배들을 위해 좀 용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평생 성실과 충성으로 일만 하며 헌신하다가 헌신짝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사회적 출세가 뭐 그리 중요한가?’하며 쳐다보는 모습과 더 나아가 그의 됨됨이와 느긋한 그의 모습에 난 부러움을 느낀다. 동시에 부끄럽다. 그간 윗선을 바라보며 아부를 떨고 능력도 없으면서도 뭔가 내세워 보려고 염치없이 나분대던 나의 자화상을 돌아보니 말이다. 최근까지도 뭐 한 자리 앉아 볼까하며 아부했으나…, 결국 뒤통수를 맞은 나의 몰골이 어이없고 창피하기만 하다.

중국 전국시대 중기, 진이 조를 쳐 도읍 한단(邯鄲)을 포위하므로 조나라 왕이 즉시 평원군(平原君)을 이웃 초로 보내 구원을 요청하게 했다. 평원군이 문하에 있던 많은 식객들 중 문무가 뛰어난 20명을 뽑아가려는데 한명이 부족했다. 이때 식객 중 잘 알려지지 않은 모수(毛遂)가 자신을 추천하면서 꼭 데려가 달라고 간청하였다.

“당신이 언제 우리 문하에 들어 오셨소?”

“3년이 좀 넘었습니다.”

“만일 재능이 있었다면 마치 보자기 속에 있는 송곳처럼 뚫고 나오기 마련인데 여기에서 3년이나 밥을 먹고 지낸 자네가 재능이 있다고 하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는데다 내 눈에 띄지도 않았으니…, 이는 선생이 아무런 재주도 없는 까닭이오. 선생은 할 수 없으니 남아 있으시오. 뭘 믿고…, 안 되겠소이다.”

“저는 오늘에야 보자기 속으로 들어가려고 청하는 것입니다. 조금 일찍 들어가게 해주셨더라면 송곳뿐이겠습니까? 송곳자루까지 나왔을 것입니다”

“그래요? 다들 반대하지만…, 속는 셈치고 데려가 주겠소이다!”

다른 식객들이 냉소하였으나 모수는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뒤를 따라 갔다.

평원군과 다른 식객들이 갖은 말로 초왕을 설득하려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이때 모수가 검을 찬 채로 갑자기 튀어나와 왕의 면전에 바짝 다가가더니 ‘서로 협력해야 하는 이유’를 조리정연하게 말하며 공박했다. 초왕은 그의 용기 있는 태도에 감복하여 마침내 즉시 조나라를 구하라고 명령했다.

평원군은 초와 합종을 성사시킨 모수를 칭찬해 마지않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선비들의 상(相)을 보지 않겠다. 그간 내게 유능한 식객들이 많다고 자부했지만 오늘에야 모 선생을 보게 되었소, 모 선생은 세 치의 혀는 백만의 군대와 맞먹는 것이었소.”

이 단 한 번의 쾌거로 모수는 식객들 중 두각을 나타낸 유명인사가 되어 상객대접을 받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모수가 자신의 재주를 믿고 자천하여 마침내 보자기 밖으로 삐져나와 그의 진면목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고사에서는 두 개의 성어가 나온다.

즉, 모수의 자신감과 재능을 일컫는 말인 모수자천(毛遂自薦, máo sùi zì jìan)이 하나다. 후세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타인의 추천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일해 보겠다고 자청하는 경우에 비유해 이 성어를 썼다. 부정적인 의미로 쓰는 자화자찬(自畵自讚)과는 다소 뉘앙스가 다르다. 또 다른 하나는 ‘송곳과 보자기’로 표현되는 ‘낭중지추’이다. 후세사람들은 이것으로 탈영이출(脫潁而出, tuō yǐng ér chū)이라는 성어를 만들어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다. 자신의 재능을 전부 드러내다.’ 는 의미를 두어 사용하였다.

성실함과 무난한 성격은 오늘날의 복잡다단한 조직사회에서는 차선의 대우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두각을 나타내려면 뭔가 다른 능력과 재주가 있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윗선들이 정말 대단한 재주를 갖거나 또 자신의 존재가치를 자신 있게 드러내는 능력자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면…, 자연스레 도태되고 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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