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8년 7월 28일 토요일 오전 10시 09분

고정식 박사, 인문학으로 세상을 보다 (117) 콩코드 오류를 조심해야

 

1962년 영국의 항공사와 프랑스의 항공사가 야심적으로 여객기 개발에 착수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시속 2,450Km의 콩코드 비행기다.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로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가능케 한다고 할 정도로 대단히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한때 미국의 항공회사 보잉(Boeing)을 압도해 유럽의 자존심을 살려 주는 비행기로 각광을 받았다.

그런데 콩코드 여객기는 개발 도중에 여러 문제점이 있음이 발견된다. 투자비는 막대한데 연비는 낮고 좌석 수도 부족하여 수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기체가 급강하할 때 음속을 돌파하며 내는 폭발음이 엄청나게 커서 환경파괴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부품을 유럽 여러 나라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고장도 잦았다.

이런 여러 문제가 있으니 콩코드 비행기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콩코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람들은 이미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지고 만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흔히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비용에도 불구하고 콩코드 비행기에 대한 재정 지원은 정부 차원에서 계속됐다. 결국 이 콩코드 여객기는 만성 적자의 주범이 되어 2003년에 운항이 전면 중지되고 만다.

이 야심적인 사업이 착수, 전개, 폐지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용어가 ‘콩코드 오류(Concorde fallacy)’다. 그 동안 기울인 노력과 투입한 비용이 너무나 아까운 나머지 포기하지 못하여 계속 헛되이 노력과 비용을 쏟아 붓는 어리석음을 지칭한다.

▲ 영국의 항공사 ‘브리티시 에어웨이즈’의 콩코드 여객기

▲ 영국의 항공사 ‘브리티시 에어웨이즈’의 콩코드 여객기

공자는, 군자의 행동 지침과 관련하여 “잘못을 저지르면 서슴없이 고쳐야 한다(過則勿憚改, 과즉물탄개)”고 말했다. 이 말을 매몰비용 오류나 콩코드 오류와 연관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과(過)’가 틀리거나 부적절한 발언, 그릇된 판단, 경솔한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뜻한다고 보면 일맥상통한다. 잘못이 있으면 서슴없이 고치라는 말은 어떠한 일을 추진하는 도중에 추진 방향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 매몰비용에 연연하지 말고 단호히 뛰쳐나오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문화를 묵시적이지만 강력하게 지배하는 것 중 하나가 체면의식이다. 사소하더라도 체면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거의 국민성 수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배고프지만 돈이 없어서 희멀건 국물만 들이켰을망정 남들 눈에는 배불리 먹은 모습으로 비쳐야 한다고 여긴다.

체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정도는 지위와도 관계가 있다. 대통령이나 대법원장 같은 최고위직 지도자가 사소한 실언이나 다소 부적절한 판단을 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그것이 틀린 발언이나 그릇된 판단이 아님을 보이기 위해 측근 인사들은 애를 먹는다. 때에 따라 견강부회도 서슴지 않는다. 높은 분의 체면 손상은 권위에 금이 가는 절대적 불상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가 이처럼 체면의식에 지배되다 보니 정책 방향이나 시행 전략에 문제가 있을 때 불필요한 대가(代價, 비용)를 지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잘못되어 수정이 필요한데도 단지 체면(권위) 훼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정하고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음으로써 손실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런 고집스러움과 그 부작용은 ‘체면 손상의 오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물론 자신의 과오를 즉시 인정하고 선뜻 고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선지 공자도 그런 태도를 군자가 취할 자세라고 했다. 보통 사람, 소인배들로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본 것이다.

국가의 정책 수립이나 요직 인사와 관련하여 콩코드 오류(또는 체면 손상의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제안하고 싶다. 검토가 불충분하거나 정교하지 못한 정책, 또는 부적합한 인재 등용 사실이 발견되면 선뜻 인정하고 서둘러 궤도 수정을 하라는 말이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고위급의 정책 결정자든 평범한 개인이든 간에, 잘못을 선선히 인정하고 종래의 궤도를 과감히 수정할 때, 그런 단호함은 높이 평가받을지언정 그의 권위나 체면이 깎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대응은 공자의 시각을 빌리면 군자다운 태도, 지도자다운 용기로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것이다.

“잘못을 저지르면 서슴없이 고치라”는 공자의 말은 개인적 규범으로서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돼야 할 모든 상황에서 리더가 명심해야 할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요컨대, 첫 단추를 잘못 꿰었으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새로 꿰어야 한다. 그 길만이 콩코드 오류에 빠지지 않는 최선책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기초한 경제정책과 ‘탈원전’ 에너지정책 등을 둘러싼 요즘 우리 사회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단상(斷想)이다.

고정식배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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