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8년 8월 13일 월요일 오전 10시 11분

[정문섭 박사] <사기열전>에 나오는 고사성어31 – 무가내하(無可奈何)

어찌할 도리가 없어

무가내하(無可奈何 wú kě nài hé )

없을 무, 옳을 가, 어찌 내, 어찌 하

떼를 쓰듯 고집하여 어찌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김형석 교수의 자서전 《백년을 살아보니》에 보면, ‘자식들이 모두 잘 자라 한 몫씩 하고 있다.’고 자랑삼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는 아무래도 좀 부족함을 느끼는 자식이 하나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가정이나 크건 작건 애가심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변호사 아내를 둔 H의 하소연을 들었다.

“정 원장. 내 자식 넷을 두어 다들 다복하다고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옛말이 맞는 것 같아. 두 놈은 나름대로 자수성가하여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고 있네만, 결혼도 하지 않아 그 시기를 놓친 딸과 아직도 취직을 안 해 엄마한테 구박만 받는 아들놈, 정말 답이 없어.”

“그 애들 그러는 이유가 뭔데?”

“딸내미는 남편 뒷바라지나 하고 시부모 챙기다 스트레스만 쌓일 거라며 꼭 시집을 가야 하느냐고 말해서 억장이 무너지지. 막둥이? 완전히 캥거루족이야. 아들 말이 ‘좀생이 같은 팀장이나 부장한테 쪼이는 게 뭐가 좋아? 엄마 빌딩임대료 나오는 것 다 쓰지도 못할 거 미리 주면 안 되나요?’ 하면서 카드 팍팍 긁어대니 모자지간 사이가 말이 아니야. 그간 온갖 교수법을 다해 타이르고 달래봤지만 마이이동풍하면서 오히려 다 큰 놈한테 무슨 간섭이냐 하며 불쑥 불쑥 화를 내는 그 놈의 자식! 열불이 나지만 낳은 죄, 잘못 키운 죄 땜에 어디다 말도 못하고….”

“친구, 너무 자책 말게. 집집마다 다 비슷한 고민이 있다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어쨌거나 이 또한 지나갈 것이 아니겠는가.”

이 성어는 범수·채택열전(范睢·蔡澤列傳)에 나온다. 중국 전국시대 말 위(魏) 출신 유세가인 범수(范睢)의 얘기에 나온다.

범수가 위의 고관인 수가(須賈)의 가신으로 있을 때 수사를 따라 제에 사신으로 갔다가 기밀 누설죄로 모함을 받아 죽임을 당할 뻔했다. 당시 정안평(鄭安平)과 진의 알자(謁者, 왕의 공문 전달)인 왕계(王稽)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장록(張祿)으로 이름을 바꾸어 진으로 도망쳤다. 진 소왕이 범수의 비범함을 알고 마침내 범수의 계책을 받아들이며 재상으로 임명하였다.

그런 가운데 범수를 추천한 왕계는 충직하게 왕을 위해 봉사해 왔으나 아직도 알자에 머물러 있었다. 어느 날 왕계가 범수를 찾았다.

“일에는 장래를 예측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고, 어찌할 수 없는(무가내하) 세 가지가 있습니다. 임금이 언제 돌아가실지, 상공이 갑자기 관사를 버리고 세상을 뜰지, 또 내가 언제 구렁텅이에 빠져 죽을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임금이 죽고 공이 나를 추천하지 못한 것을 후회해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고, 또 공이 갑자기 세상을 뜬 후에도 내게 대한 후회를 해도, 또 내가 죽은 후에도 내게 대한 똑같은 후회를 해도 역시 어찌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범수가 내심 불쾌하였지만 왕을 만나 왕계를 추천하므로 그를 하동(河東)태수에 임명하였다. 그러나 왕계는 3년이 되어도 행정에 관한 보고서를 내지 않았고, 나중에는 왕계가 다른 제후와 내통하였다가 주살되는 바람에 범수가 매우 어려운 처지를 당하게 되었다.

중국 전한(前漢)시대에 나온 《전국책(戰國策)》에도 무가내하에 얽힌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연(燕)의 태자로부터 ‘진시황 암살’ 제안을 받은 협객 형가(荊軻)가 마침 진시황의 혹독한 탄압으로 가족을 잃고 연으로 망명한 번오기(樊於期) 장군을 만났다. 형가는 복수심에 불타는 번오기에게 자신이 대신 복수해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번 장군의 머리를 진에 바치려 합니다. 진시황이 기뻐하며 저를 만나줄 것이고 이때 저는 왼손으론 그의 옷깃을 잡고 오른손으론 비수를 들어 그의 가슴을 찌를 것입니다.”

번오기가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아무런 주저함이 없이 ‘오늘에야 답을 얻었소.‘라고 말하며 단칼에 자결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연의 태자가 달려와 번오기의 시체에 엎드려 통곡하며 말했다.

“이미 끝난 일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태자가 번의 시체를 거두어 상자에 봉하여 형가에게 건넸다. 그러나 번오기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형가의 암살계획은 실패하였다.

이 성어는 막무가내(莫無可奈), 불가내하(不可奈何), 막가내하(莫可奈何), 무가내하(無可奈何)라고도 한다. 어떤 뾰족한 수단과 방법이 없어 어찌할 수 없는 경우들이다.

영세 상인들의 얇은 호주머니를 갈취하는 동네 조폭과 주폭들, 축산오염물을 몰래 버려 제주 용천수를 오염시킨 축산업자들, 촘촘한 그물로 물고기 씨를 말리는 어선들, 시간외 수당, 출장비, 판공비 더 받으려고 편법을 쓰는 일부 공무원들, 미투가 유행되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교수들, 죄를 짓고도 경찰을 폭행하는 음주 운전자들, 국민들이 원하는 법률안을 책상위에 올려놓지도 않고 염치없이 특활비는 쪽쪽 잘 받아먹는 … ….

아직도 이런 수많은 불합리한 일들이 곳곳에 난무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정말이지 모두가 후세에 남겨주고 싶지 않은 창피한 일들이다.

사람들아! 이처럼 일부 소수의 횡포(橫暴)로 인해 다수가 위해(危害)를 받고 있는데, 그저 고개를 돌리며 ‘어쩔 수 없다.’고 중얼거릴 것인가?

정문섭 박사 프로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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