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8년 9월 15일 토요일 오전 9시 44분

고정식 박사, 인문학으로 세상을 보다 (120) 나비효과의 가르침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용어가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가 1961년 기상 관측한 데이터를 다루다가 생각해낸 개념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지구상의 한 구석에서 일어난 작은 현상도 연쇄적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커다란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설명하면서 등장했다.

이 나비효과 개념에 대해 듣다 보면 인간의 과학적 탐구, 즉 물리적 세계의 원리나 활용방안을 찾는 노력 자체가 무망해 보인다. 나비 한 마리의 가녀린 몸짓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조차 예측하지 못하는데 그보다 수백 수천 배 크고 복잡한 무수한 현상의 인과관계를 무슨 수로 알아낼 수 있겠는가.

▲에드워드 로렌츠(1917-2008)

▲에드워드 로렌츠(1917-2008): 미국의 수학자이자 기상학자. (<위키피디아>사진)

그래도 자연 현상이나 사물의 세계는 인간 심리나 사회, 국가보다 설명, 예측하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평범한 한 인간의 마음의 작용이나 변화조차 헤아리기 어렵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은덕을 베풀거나 해악을 끼칠 수 있다. 나의 사소한 말 한마디나 별스럽지 않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일은 흔히 경험하지 않는가. 내가 기억조차 못하는 나의 말 한마디가 남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별 생각 없이 건넨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한다. 당초 내 의도와 별 상관없이 그러하다. 또한 아무리 사려 깊고 신중하게 행동하더라도 결과를 온전히 예측하기란 실제 불가능하다.

시선을 개인에서 집단으로, 규모가 큰 사회나 국가로 돌려보자. 사소한 사항일지라도 국가 정책의 조정이나 변경, 문제 해결방안 역시 거의 무한한 연쇄작용을 일으킴으로써 결국 엉뚱한 후과로 종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초 전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긍정적 효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세심한 검토와 숙고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부정적 결과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여태까지 해온 방식으로, 즉 제한된 사고력과 지성이지만 그것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개선하며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보다 더 유효한 수단, 방법이 없는 게 분명하니까.

나비효과는 물리적 세계, 주로 자연과학이 다루는 대상에 관한 이론이지만 인간 심리나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아니, 사물에 관해서보다 오히려 인간 심리나 사회, 국가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바라볼 때 더욱 타당해 보인다. 매사에 사소해 보이는 것이 커다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은 평범하면서도 무거운 진실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악하려는 대상의 실체에 접근조차 못하면서 마치 꿰뚫고 있는 듯이 자만하다가 큰 코 다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나비효과가 제시하는 교훈 한 가지는 늘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 세계의 탐구에서는 물론이고, 개인의 언행이나 국가 정책의 수립에서도 다면적으로 성찰하고 전체 맥락과 관련하여 심사숙고(深思熟考), 심모원려(深謀遠慮) 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제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을 잠시 둘러보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특히 일부 시민단체들이 자유와 권리의 행사라는 명분으로 몰상식에 가까운 언행을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고위 공직자들이 국가 정책 또는 개혁이란 이름으로 조잡하고 근시안적인 방안들을 불쑥불쑥 내놓는 일이 빈번하다. 이들이 제발 나비효과의 교훈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세상만사는 미세하고 단순해 보이는 것이 크고 복잡다단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무슨 문제에서든지 보다 깊고 보다 다면적으로 성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인간 지성은 그리 신통한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으니까.

고정식배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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