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 : 2018년 11월 20일 화요일 오전 10시 01분
일본정치 | 기사작성 kjh69

일본 장묘문화 변화 – 대도시 빌딩 ‘합동묘’ 인기

 

운반식 납골로 7층 건물에 7천기 분 유골 수납…비용도 저렴
‘공급과잉’기미…장래 수선 대비 ‘맨션처럼 수선충당금 적립’ 필요

 

[시사리포트=이준우 기자]  일본의 장묘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야외 일정한 공간에 유골함을 묻고 비석을 세워 추모하던 방식에서 대도시 고층 빌딩이나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합동묘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묘지에서 유골을 파내 합동묘로 옮기는 개장(改葬)도 크게 늘고 있다. 묘지가 거주지에서 멀면 성묘가 어려운 데다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생전에 자신의 묘를 합동묘에 미리 마련해 두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판독기에 카드를 대면 덜컹하는 기계음이 난 후 1분여만에 엘리베이터 입구처럼 생긴 문이 좌우로 열리면서 화강암 ‘묘'(비석)가 눈앞에 나타난다. 도쿄도(東京都) 다이토(台東)구에 있는 사찰 신쿄(眞敬)사가 작년 10월 건설한 빌딩형 ‘운반식(搬送式)납골당’의 성묘실 풍경이다. 7층짜리 이 건물에는 7천기 분의 유골을 수납할 수 있다. 에어컨과 엘리베이터, 식당은 물론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는 수유실까지 갖추고 있다. 신쿄사 주지(43)는 “동일본 대지진 때 절 본당이 파괴된 것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안심하고 참배할 수 있는 시설로 고쳐 지었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이 절의 묘지는 100평이 조금 못되는 부지에 300여기의 묘가 있다. 빌딩 납골당도 부지면적은 135평으로 차이가 크지 않지만 수용 유골 수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유골을 수납한 가문의 이름(家名)이 들어간 감실(龕室) 상자(厨子)를 입체적으로 보관하다 성묘객이 찾아오면 상자를 기계로 성묘실로 옮겨오는 자동운반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성묘실에는 붙박이 묘석이 설치돼 있고 묘석뒤 비어있는 부분에 뒤에서 감실상자(厨子)를 밀어 넣어 문이 열리면 유족의 앞에 상자가 나타나는 구조다

1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오사카(大阪) 소재 유력 기계 메이커 다이후쿠가 제작했다. 다이후쿠는 1996년 이후 일본 전국 40여개소에 이런 운반식 납골당 설비를 공급했다고 한다. “2001년께 도심에 등장, 교통이 편리하고 기존 묘 보다 저렴해 인기”라는게 묘 정보사이트 ‘좋은 묘’를 운영하는 가마쿠라신쇼(鎌倉新書)를 운영하는 고바야시 후미오(小林史生) 이사의 설명이다.

수도권의 한 사찰의 주지는 “그런 형태에 위화감을 느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공양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할 수 있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절은 5년 전 장의관련 회사의 권유로 묘 4천기분의 운반식 납골당을 건설했다. 초기 묘지비용을 1기당 90만 엔, 관리비를 연 1만5천 엔(약 15만 원)으로정했다. 역에서 가까운 입지도 한몫해 수납능력의 70%가 이미 예약이 끝나 장의관련 회사에 위탁료를 주고도 건설비 10억 엔(약 100억 원) 회수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합장묘의 개요[이이모리레이엔(飯盛靈園)조합 홈페이지 캡처] [2018.09.03 송고]

합장묘의 개요[이이모리레이엔(飯盛靈園)조합 홈페이지 캡처] [2018.09.03 송고]

 

가마쿠라신쇼의 자료를 토대로 아사히 신문이 취재한 결과 2016-18년 도쿄도내에 적어도 11개의 운반식 납골당이 건설됐거나 세워질 예정이다. 유골수납능력은 약 6만7천200기에 이른다. 보통 1기에 최대 8구분의 유골을 수납할 수 있으니 계산상 50만명분 이상의 ‘묘’가 되는 셈이다. 운반식 납골당 대부분은 종파에 구애받지 않으며 투자회사가 건설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 사정 등으로 묘를 폐하고 유골을 합동묘로 옮기는 ‘개장’도 늘고 있다. 도쿄도내의 사망자수는 최근 연간 11만명에 이른다. 고바야시 가마쿠라신쇼 이사는 “인기가 높아지자 운반식 납골당이 한꺼번에 늘어나 공급과잉상태가 돼 가고 있다”면서 “판매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납골당은 또 빌딩이나 맨션과 마찬가지로 장차 대규모 수선이 필요해 진다. 운반식 납골당을 건설한 한 사찰 주지는 “맨션처럼 수선충당금을 계획대로 적립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절이나 관리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 수많은 유골의 보관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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